[프로야구/이승엽 300호 홈런]비결은 '파리채 타법'

  • 입력 2003년 6월 22일 2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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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의 가공할 파워는 어디서 나오는가.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홈런타자인 이승엽. 1m83, 85kg으로 야구선수치곤 평범한 체구인 그가 어떻게 홈런을 펑펑 때려낼 수 있을까.

96년부터 그를 만나 지도하고 있는 ‘사부’ 삼성 박흥식 타격코치는 “낭창낭창한 파리채를 한번 생각해보자. 파리를 잡을 때 힘으로 파리채를 흔들지는 않지 않느냐. 가볍게 들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만 집중력을 발휘해 톡 치면 된다. 승엽이의 타격은 이와 마찬가지 원리”라고 설명한다.

이승엽은 34인치, 930g의 무거운 방망이를 쓴다. 그가 스윙스피드에서 손해를 보면서도 무겁고 긴 배트를 사용하는 이유는 자신의 힘을 최대한 방망이에 실어보내기 위함이다. 현대 김용달 타격코치는 “방망이의 원심력을 최대한 이용해 장타를 만들어 내는 선수”라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이승엽이 원래부터 방망이를 길게 잡고 원심력을 이용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프로입단 첫해인 95년 그는 홈런 13개에 불과했던 ‘똑딱이’ 타자. 당시엔 방망이를 짧게 잡고 끊어치는 타격을 구사해 단타를 많이 만들어내는 데 주력했다.

그가 지금의 스타일로 바꾼 것은 이듬해인 96년 백인천 감독과 박 코치를 만나면서부터. 백 감독과 박 코치는 방망이를 길게 잡고 팔로 스로를 완전히 하는 타격법을 몸에 익히도록 훈련시켰다. 96시즌엔 별 재미를 못봤으나 97년 드디어 32홈런을 터뜨리며 본격적인 홈런왕의 길에 들어섰다.

유연성도 홈런 비결 중 하나. 박 코치는 “몸이 딱딱했다면 그렇게 많은 홈런을 꾸준히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부드러움은 허리회전과 몸의 중심이동을 원활하게 만들어줬다.

또 머리회전이 빨라 투수와의 수읽기에 능하다. 이승엽은 “백 감독으로부터 투수들을 상대하는 법을 배웠다. 상대투수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볼을 던지는가 하는 것들이다. 볼 배합과 투수의 특징파악에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다”고 말한다.

타고난 승부근성도 커다란 장점이다. 이승엽은 한마디로 ‘지고는 못 사는’ 성격.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프로에서 가장 절친한 두산 박명환과 내기당구를 쳤는데 몇만원을 잃자 밤새도록 박명환을 집에 보내지 않았다는 것.

이승엽의 홈런은 이런 여러 가지 육체적, 정신적인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만들어내는 결정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주자 있을때 "꽝" 값진 '비타민 홈런'▼

엽기적이다. 홈런 301개.

최근 네티즌 사이에선 이승엽의 ‘홈런 색깔’을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거리가 짧은 대구구장(좌우 95m, 중앙 117m)에서 홈런을 쓸어 담았다는 게 ‘안티 이승엽’ 쪽의 주장.

그러나 이는 어느 한 쪽만 과도하게 부풀린 편견. 이승엽의 301개 홈런을 좀 더 세밀히 분석해보면 홈런타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 영웅의 참모습이 드러난다.

먼저 이승엽은 ‘스프레이 홈런타자’다. 그동안 슬러거들이 바깥쪽 공까지 무리하게 당겨치는 데 급급했던 반면 이승엽은 거의 절반에 가까운 139개를 왼쪽이나 가운데로 밀어서 넘기는 ‘부챗살 타법’을 구사했다.

좌타자가 좌투수에 약하다는 야구 정설도 이승엽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좌투수로부터 30%선인 90개의 홈런을 뽑아냈다. 상대적으로 적은 왼손투수의 비율과 거의 일치한다.

이승엽의 홈런은 영양가 만점이라는 점에서도 가치가 높다. 만루홈런이 8개인 것을 비롯, 주자가 있을 때 친 홈런이 140개에 이르렀다. 이닝별로는 승패에 직결되는 1회에 가장 많은 65개의 홈런을 쳤다. 10회 이후 연장전에 친 홈런도 6개나 된다. 토요일(65개)과 일요일(47개) 등 주말에 유난히 강했던 것도 그의 스타성을 입증한다.

월별로는 5월(75개)과 6월(70개)에 몰아치기를 했지만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36개)과 시즌 막판인 9월(30개)에 약했다.

대구구장 홈런은 올해엔 33개 중 69.7%인 23개로 논쟁의 불씨를 제공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181개로 60.1%에 불과하다. 이는 한화 장종훈이 지난해까지 홈에서 터뜨린 60.9%에 비해 오히려 낮은 수치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ML서도 통한다"▼

이승엽은 기회있을 때마다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에 서겠다”고 다짐해왔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의 프로야구 수준은 몇 단계나 차이가 난다. 방망이에 관한 한 국내 최고라는 이승엽이지만 미국에서도 통할까.

올 시즌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29·일본). 그는 여러모로 이승엽과 닮은꼴이다. 왼손 거포로 고교 졸업 후 프로에 직행, 홈런왕과 최우수선수(MVP)를 거푸 차지했다. 게다가 에이전트사도 SFX로 ‘한 가족’이며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미국으로 건너간 방식도 이승엽이 구상하는 메이저리그 진출 루트와 같다.

마쓰이는 22일 현재 72경기에 나와 타율 0.283에 홈런 6개.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에서 타율 0.334에 50홈런으로 수위타자와 홈런왕 타이틀을 양손에 쥐었던 것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성적표. 훨씬 빠르고 예리한 메이저리그 투수들에 대한 적응력을 아직 키우지 못한 탓이다.

이는 이승엽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왼손 투수에게 약하고 몸쪽 변화구 공략에도 약점을 드러내기 때문. 박흥식 삼성 타격코치는 이승엽의 메이저리그 활약 여부에 의문을 제시했다. “기술적인 문제도 그렇지만 여린 성격으로 험한 메이저리그 생활을 견뎌낼지 걱정된다”는 게 그의 말. 메이저리그에서 주전 1루수로 버티려면 한 시즌에 30홈런에 100타점 정도는 올려줘야 하는데 마쓰이의 전례로 볼 때 쉽지 않은 목표다.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콜로라도 로키스 스카우트인 마이크 버거는 “이승엽은 젊다. 또 아무나 한 시즌에 50개 이상 홈런을 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성 가능성을 점쳤다.

SFX의 한 관계자는 “이승엽의 실력은 메이저리그 급이지만 낯선 환경에서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국내와는 다른 투수와 스트라이크존 적응은 물론 언어장벽 등 장애물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는 얘기.

한편 SFX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에서 이승엽에 관심을 갖는 팀은 ‘박찬호 특수’를 누렸던 LA 다저스를 비롯해 5∼6개.

전 창기자 jeon@donga.com

◆승엽에 대해 알고싶은 것◆

▽생년월일=76년8월18일생 ▽혈액형=B형

▽체격=키 1m83, 몸무게 85kg, 가슴둘레 112cm, 팔뚝 34cm, 알통 40cm, 허벅지 68cm, 종아리 45cm, 발 28.5cm

▽출신교=대구중앙초-경상중-경북고-대구대 행정학과-성균관대학원 스포츠산업학 1년 재학중

▽가족관계=아내 이송정씨(21)와 2002년 1월6일 결혼

▽통산기록=1075경기 3971타수 1215안타 301홈런 880타점 타율 0.306

▽연봉=6억3000만원 ▽차종=BMW

▽태몽=바구니 가득 뱀이 들어있었는데 어머니가 속을 들여다 보니 예쁜 뱀 한 마리가 1000원짜리 지폐를 물고 품에 안겼다

▽야구 시작 동기=동덕초등학교 4학년때 열린 육상경기 멀리던지기 대회에서 3위를 해 당시 야구부가 있던 중앙초등학교로 전학가면서

▽징크스=홈경기 전 세탁소에 가면 잘 풀린다

▽가장 힘들었던 때=95년 타자로 전업하고 부진했을 때

▽가장 기뻤던 때=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

▽주량, 흡연=소주 반병, 담배는 안 피움 ▽한달 용돈=50만원

▽신체상 비밀=왼팔꿈치 수술자국 ▽좋아하는 외국선수=켄 그리피 주니어

▽평소패션=스포츠룩 ▽좋아하는 음식=참치회 ▽스트레스 해소법=음악듣기

▽은퇴 후 계획=지도자 생활은 ‘노’, 스포츠 관련 사업

▽수상=93 청룡기고교야구 우수투수상, 94 세계청소년선수권 최다홈런상 최다타점상, 최우수선수(MVP) 4회(97·99·2001·2002), 홈런왕 4회(97·99·2001·2002), 골든글러브 1루수부문 6회(97∼2002)

◆이승엽 vs 마쓰이◆

이승엽항목마쓰이
76년8월18일(27세)생년월일74년6월12일(29세)
1m83 85kg체격조건1m85 95kg
좌투좌타투타우투좌타
1루수수비위치우익수
8시즌 타율 0.306 268홈런(삼성)과거 성적

(∼2002시즌)

10시즌 타율 0.307

332홈런 (요미우리)

63경기 타율 0.303

32홈런(삼성)

올시즌 성적72경기 타율 0.283,

6홈런 (뉴욕양키스)

MVP 4회(97, 99,

2001, 2002) 홈런왕

4회(97, 99, 2001,

2002)

수상경력MVP 3회(96, 2000, 2002) 홈런왕 3회

(98, 200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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