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박세리 샷의 모든 것②

  • 입력 2003년 5월 29일 1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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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파5의 4번홀.

박세리의 세컨드 샷이 벙커 턱에 걸렸다.(왼쪽사진) 한쪽 발을 벙커 속에 집어 넣어야만 스윙이 가능한 상황. 대다수의 주말 골퍼들은 이런 경우 한숨만 푹푹 쉬다 ‘될대로 되라’식으로 클럽을 휘두르지는 않을까. 그러나 세계 최정상급 여자프로골퍼인 박세리는 이 볼을 홀컵 2m이내에 떨어뜨려 버디를 낚았다. 그렇다면 박세리는 중심 잡기도 어려운 이 위기상황을 어떻게 벗어났을까.

(왼쪽 사진을 클릭하세요 답이 있습니다)

박세리는 2003 MBC Xcanvas 둘째날 한층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다 어려운 상황을 자주 맞이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절묘한 샷으로 위기를 벗어나며 이날만 7언더파를 몰아쳤다.

지금부터 박세리의 위기탈출기를 감상해 보자.

1라운드

▽1번홀(par4.373yards·341m)

박세리는 드라이버로 티샷을 해 그린 오른쪽 100m 앞까지 볼을 보냈다. 페어웨이를 살짝 벗어난 평탄한 러프에서 피칭웨지로 시도한 세컨드 샷을 홀컵 약 3m에 붙였다. 내리막 버디 퍼팅. 박세리는 퍼터로 볼을 살짝 굴렸다. 힘과 방향성 모두 좋아 버디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볼은 홀컵을 살짝 돌아 나와 파에 만족해야 했다.

티샷+세컨드샷(피칭웨지)+버디퍼팅+파퍼팅

▽3번홀(par3.154yards·141m)

박세리가 절정의 퍼팅감각을 선보인 홀.

박세리는 8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다. 하지만 샷은 썩 좋지 않았다. 피니시 동작을 바로 풀어 버린것에서 알수 있 듯(박세리는 만족할 만한 샷을 구사한 경우 피니시 동작이 길다(연습장에서 티칭프로 들이 ‘스윙 후 하나 둘 셋을 센 다음 피니시 자세를 풀어라’고 한 말 기억나시죠^^).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바로 클럽을 내려버리는 습관이 있다.

왼쪽으로 약간 말린 볼은 홀컵을 훌쩍 지나쳐 그린 끝 부분에 멈춰 섰다. 하지만 박세리는 과감한 내리막 퍼팅으로 약 8m의 버디퍼팅을 성공시켜 갤러리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티샷+버디퍼팅

▽4번홀(par5.476yards·521m)

박세리는 이 홀에서 주말 골퍼들이 교과서로 삼을만한 멋진 샷을 구사했다.

88cc에서 가장 거리가 긴 이 홀에서 박세리는 티샷을 240m 가량 보냈다. 스푼(페어웨이우드)으로 세컨드 샷.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볼이 그린 앞 벙커턱에 빠진 것.

티샷+세컨드 샷

벙커와 러프 경계점에 공이 놓여 발을 어디다 놓아야 할지 고민스러운 상황. 많은 주말골퍼들에겐 그저 황당하기만 할 이 상황에서 박세리는 어떻게 탈출했을까.

먼저 박세리의 웨지 샷을 감상해 보자.

써드 샷(웨지)+슬로우 모션+버디퍼팅

박세리는 오른발을 벙커 모래속에 깊이 밀어넣어 중심을 잡았다. 왼발의 뒷꿈치는 들고 앞꿈치만으로 땅을 밟았다. 무릎은 편안하게 구부려진 상태. 박세리는 손목을 뒤로 약간 젖힌 상태로 백스윙을 했다. 백스윙시 손목의 위치는 가슴까지만 올라갔다. 다운스윙때도 손목은 뒤로 약간 젖혀진 상태. 탄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판단됐다. 또 볼을 직접 가격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 뒷땅을 치듯 찍어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박세리의 샷을 연속사진으로 다시한번 확인해 보자.

박세리 벙커턱 러프 탈출 연속사진

박세리는 써드샷한 볼을 홀컵 1m부근에 떨어뜨린 다음 가볍게 버디퍼팅을 성공시켜 스코어를 줄였다.

▽6번홀(par4.326yards·298m)

코스안내에 ‘웬만하면 투(two)온이 가능한 짧은 미들 홀’로 소개된 곳.

하지만 박세리의 드라이버 샷은 페어웨이 왼쪽 벙커에 빠지고 말았다.

실력이 좀 있는 주말 골퍼라면 벙커 탈출에 별 어려움을 겪지 않을 만큼 벙커의 깊이는 얕았다. 그러나 벙커샷으로 투온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 일.

박세리는 보란듯이 벙커에서 친 볼을 그린위에 올렸다.

드라이버+벙커샷

그러면 벙커에서 투온을 목표로 박세리의 샷을 감상해 보자.

박세리 벙커에서 세컨드 샷 슬로우 모션
박세리는 웨지를 꺼내 들었다. 양발 가운데 볼을 놓고 어드레스자세를 취한 박세리는 백스윙을 드라이버로 칠때와 비교해 약 90%만 가져갔다. 그립은 어깨높이 보다 조금 올라간 상태에서 다운스윙을 시작했다. 백 스윙→다운스윙→피니시까지 왼다리의 움직임이 거의 없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비록 버디퍼팅을 성공시키지 못해 파세이브에 그쳤지만 박세리의 위기관리 능력은 확인 할 수 있었다.

▽8번홀(par5.461yards·422m)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는 짧은 롱홀. 드라이버로 티샷을 쳐 약 220m를 보낸 박세리는 5번우드로 그린을 직접 공략했지만 20m 정도가 못미쳤다. 볼은 오르막 경사에 멈춰섰다. 박세리는 웨지로 어프로치샷을 구사해 홀컵 50cm부근에 볼을 세워 버디를 낚았다.

티샷(드라이버)+세컨드샷(5번우드)_써드샷(웨지)

자 그럼 박세리의 어프로치샷을 느린 그림으로 다시 한번 감상해 보자.

어프로치샷 슬로우모션

연속사진으로 다시한번 확인.

오르막에서 박세리의 어프로치 샷 연속사진

▽9번홀(par4.281yards·307m)

그리 길지 않은 파4홀. 드리이버로 티샷을 해 그린 앞 20m지점에 떨군 박세리는 웨지로 어프로치샷을 구사해 온그린에 성공한 뒤 2m 내외의 버디퍼팅을 성공시켰다.

티샷+어프로치 샷+버디퍼팅

▽10번홀(par5.450yards·492m)

박세리는 이 홀에서도 세컨드 샷이 벙커에 빠지는 위기를 맞았지만 버디를 잡아내며 갤러리들로부터 “역시 박세리”라는 찬사를 들었다.

드라이버로 티샷을 250m가까이 보낸 박세리는 스푼으로 세컨드 샷을 한 것이 그만 왼쪽 벙커에 빠지고 말았다. 벙커 앞쪽 가장자리에 공이 멈춰선 상태라 볼을 높이 띄우지 못하며 공이 벙커 턱에 맞고 다시 벙커 속으로 들어올수도 있는 상황.

주말골퍼중에 ‘새가슴’인 사람은 미련없이 뒤로 돌아서 볼을 벙커 가운데로 보낸 뒤 4번째 샷을 그린위에 올리는 선택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럼 박세리는 어떤 선택을 했는지 확인해 보자.

벙커탈출+슬로우모션+버디퍼팅

박세리는 샌드웨지로 볼을 홀컵 약 2m지점에 세웠다.

연속사진으로 다시한번 확인해 보자.

박세리의 벙커 샷 연속사진

박세리 국내 첫승 스케치 화보①


▽11번홀(par4.350yards·383m)

박세리는 8번홀부터 시작된 버디행진을 이번 홀 까지 4개연속 성공시켰다.

티잉그라운드가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어 슬라이스가 나기 쉬운 이 홀에서 박세리의 드라이버 샷 또한 약간 오른쪽으로 밀려 러프에 빠졌다. 하지만 잔디가 길지 않아 무난하게 온 그린에 성공한 뒤 3m거리의 오르막 퍼팅을 홀컵에 떨어뜨려 버디를 잡아냈다.

티샷+세컨드샷+버디퍼팅

▽18번홀(par5.521yards·476m)

드라이버로 티샷을 한 뒤 3번우드로 그린앞 10m 이내에 볼을 보낸 박세리는 오르막 지형에서 가벼운 스윙으로 어프로치 샷을 시도해 홀컵 2m 부근에 공을 세워 버디를 낚았다.

어프로치 샷+슬로우모션

오르막 지형이라 토핑을 방지하기 위해 공의 위치를 뒷발과 나란히 놓은 상태에서 샷을 한다는 것과 타격시 절대 클럽헤드가 손목보다 앞서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관련기사▼

- 박세리 샷의 모든 것①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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