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건평씨 땅 가압류 해제경위 밝혀야

  • 입력 2003년 5월 22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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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거제도에 주택 두 채와 커피숍을 소유했다가 매각한 행위는 동생이 대통령이 되기 전의 일이다. 따라서 부동산 관련 법규를 위반했거나 혹은 동생의 권력을 이용한 흔적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잘못을 탓하기 어렵다. 그러나 건평씨의 거제도 땅 888평에 대한 가압류가 해제된 시기가 동생의 대통령 당선 직후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엄정하게 조사되어야 한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은 건평씨가 연대보증을 선 생수회사 ‘장수천’의 채무 30억원을 이기명씨가 대위변제(代位辨濟)했기 때문에 가압류가 풀렸다고 해명했으나 의구심을 해소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이씨는 오랫동안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했던 사람이고 30억원이 적지 않은 돈인 데다 갚은 시기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이기 때문에 연대보증 채무를 혼자서 갚은 경위와 자금 출처에 대해 보다 상세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민정수석실 해명 자료에는 의문의 핵심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이것은 단순한 사인간의 거래가 아니고 현직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과 대통령 형 간의 채권채무이기 때문에 세인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장수천은 노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관련됐던 회사이고 이씨는 노 대통령의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후원회장이었다는 점에서 자금 출처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제시되어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빚을 대신 갚아준 공동채무자는 구상권(求償權)을 행사할 수 있다. 건평씨가 채무를 갚을 재산이 있는데도 이씨가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이는 사실상 증여에 해당한다. 이씨는 건평씨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의사 표시가 있어야 한다.

청와대는 건평씨 땅 가압류 해제와 관련한 의문 제기를 야당의 정치공세라며 비켜가려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이 관련된 의혹에 대해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대통령의 권위와 신뢰는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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