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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28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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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새 정부의 눈치를 보며 미적거리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내가 수사에 걸림돌이 됐다면 정치적 고려를 할 필요가 없으니 수사하라”고 지시하자 중지됐던 수사를 재개해 한 달 열흘 만에 피의자들을 소환했다. 수사 재개로부터 이렇게 시일이 오래 걸린 것은 대통령의 측근이다보니 완벽한 증거를 수집해 놓고 소환하려는 신중함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느 사건과는 다른 신중함 때문에 대통령 측근 두 명의 혐의를 벗겨주는 수사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로서는 대통령 선거에 공이 큰 두 측근이 정부 출범 직후에 검찰 수사를 받는 데 따른 부담이 있겠지만 오히려 대통령의 측근들과 청와대 비서관들에게는 좋은 약이 될 수도 있다. 엄정한 수사를 통해 비리가 발견될 경우 읍참마속(泣斬馬謖)하는 의지를 보여주면 과거 정부의 고질병인 대통령 측근 비리의 발호를 출범 초기에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는 수사 불개입 의지를 표명했지만 더 나아가 보고조차 받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중요 사건 수사에 대해 대통령에게 보고하지만 대통령 또는 백악관 직원이 관련된 수사에 대해서는 일절 보고하지 않는다. 검찰 간부의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보고할 내용을 의식하게 되면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기 마련이다.
검찰은 김대중 정부 시절 검찰과 청와대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던 각종 게이트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나라종금 불법로비를 둘러싼 의혹이 말끔히 정리되지 않으면 이 사건은 두고두고 노무현 정부와 검찰의 발목을 붙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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