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안법 대체, 전제조건 있다

  • 입력 2003년 4월 4일 01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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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국가보안법을 대체할 새로운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해묵은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지만 송광수 신임 검찰총장부터가 “북한의 대남적화노선이 변하지 않는 한 이 법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어 정부 내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남북분단과 대치라는 특수한 안보 상황에서 체제 보위를 위해 만들어진 보안법을 달라진 시대환경에 맞게 정비할 필요는 있다. 유엔의 자유권규약위원회가 국제인권 기준에 맞게 개폐할 것을 권고하고 일부 조항은 위헌 결정이 났는데도 10년 넘게 고쳐지지 않았으며 일부 조항은 거의 사문화되다시피 한 현실을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군사독재시절 일부 반정부인사들에 대한 탄압 수단으로 악용됐기 때문에 이 법이 재야인사들의 저항감을 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보안법 개폐가 우리 사회 보혁(保革) 논란의 중심에 있는 첨예한 이슈라는 점이다. 북한체제의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보안법 개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우리 사회엔 더 많다. 정치권만 봐도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보안법 개폐에 대해 부정적이다.

따라서 대체입법 논란은 또다시 남남(南南)갈등을 심화시켜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야당시절부터 보안법 개정을 주장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 5년 동안 손도 대지 못했던 것은 그 때문이다. 또한 지금은 대선 후유증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시점이므로 논란이 격화될 가능성은 더욱 크다.

국제정세의 변화로 남북관계가 유동적인 상황에서 북한이 끊임없이 주한미군 철수와 함께 보안법 폐지를 주장해 왔다는 점도 미묘한 변수다. 남북관계의 이중성을 고려할 때 북한의 태도에 따라 보안법 문제에 대한 국민 여론도 가변적일 수 있음을 현 정부는 유념해야 한다. 결국 소모적인 국론분열을 예방하기 위해선 대체입법을 하기 전에 충분히 여건이 성숙됐는지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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