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다시 시작이다”…29살 ‘중고 신인’ 안양 진순진

  • 입력 2003년 3월 26일 17시 56분


코멘트
올 시즌은 다를까.

‘불운의 선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스트라이커 진순진(29·안양 LG·사진). 그러기에 23일 삼성하우젠K리그2003시즌 개막전에서 거둔 2골 1어시스트의 성적표는 꿈만 같다. 프로 5년차지만 잦은 부상으로 지난 시즌까지 통산 35경기에서 7골밖에 넣지 못했던 진순진. 그래서일까. 오랜만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의 얼굴엔 기쁨의 빛이 가득했다. 진순진은 이날 팀 동료 히카르도의 시즌 첫 골을 어시스트한 뒤 자신도 두 골을 연달아 터뜨렸다.

그의 축구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나 다름없다. 그가 처음 주목을 받은 것은 차범근 감독이 98프랑스월드컵을 한 해 앞두고 그를 대표선수로 발탁하면서부터. 상지대 출신으로 실업팀 할렐루야 소속이던 그의 대표팀 발탁은 파격적이었다. 97년전국축구선수권대회 득점왕을 차지할 만큼 골잡이로 명성을 얻고 있었지만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선수였기 때문. 하지만 진순진은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해 월드컵 본선 멤버에서 탈락하며 팬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진순진에게 다시 시선이 집중된 것은 99년 신인 드래프트때. 당시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던 안양이 그를 선택했던 것.

기대와는 달리 그는 입단 첫 해 허리부상으로 11경기에 나서 1골을 넣는데 그쳤고 다음해엔 교통사고로 목과 허리 늑골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으면서 기나긴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 들었다. 부상 휴유증으로 허송세월이 계속되자 구단은 2001년 5월 그를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했다. 이에 진순진 자신도 축구를 그만두겠다며 팀을 이탈하는 등 선수생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런 그를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오게 한 사람이 조광래 감독. 안양 사령탑을 맡은 첫해 자신의 손으로 뽑았던 진순진의 불운을 안타까워하던 조 감독이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한 번만 더 해 보라”며 기회를 줬고 이에 보답이나 하듯 진순진은 지난 시즌 후반기 18경기에서 6골을 뽑아내며 재기의 날개를 폈다.

진순진은 올 시즌에 선수생활의 전부를 걸 각오다. 그러기에 지난 겨울의 혹독한 동계훈련도 말없이 이겨냈다. 부족한 체력을 집중 보강한 진순진은 코칭스태프로부터 주공격수로 합격점을 받았고 그 결실이 개막전에서 나타났다. 겉으로 보기에는 뻣뻣한 자세지만 100m를 12초대에 주파하는 뛰어난 순발력에 오른발 왼발을 가리지 않는 공격력이 돋보이는 진순진. 그의 화려한 재기를 기다려보자.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