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정부 한달, 수습 떼고 새 시작을

  • 입력 2003년 3월 24일 18시 41분


코멘트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한달 동안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엇갈린다. 한쪽에선 변화가 너무 빠르고 거칠다는 불평이 나오고, 다른 한쪽에선 오히려 느리고 미지근하다며 다그치고 있다. 모두를 아우르면서 개혁을 추진하고 국정의 균형을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노 대통령도 절감했을 것이다.

그사이 경험부족으로 인한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상호이견을 부각함으로써 한미간 긴장을 고조시킨 것은 외교적 사려가 깊지 못한 때문이었고, 일부 설익은 정책 발표로 혼선을 초래한 것은 정부 내 조율이 미진한 때문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파격조각에 이은 기수파괴 검찰인사와 검찰의 집단반발, 1급공무원 집단사표제출과 투박한 뒤처리 등 충격인사에 따른 공직사회의 동요도 끊이지 않았다.

우여곡절과 진통을 겪긴 했지만 새 정부가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비교적 연착륙했다는 평가도 있다. 야당과의 적극적 대화, 여당의 반대를 물리친 특검법 공포와 같은 노 대통령의 열린 정국운영이 거둔 성과라는 분석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경제와 외교문제에 대한 새 정부의 실용주의적인 인식변화다. 검찰권 행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이라크전 파병을 결정하면서 국익을 강조한 것 등은 새 정부가 집권의 흥분과 경직성에서 벗어나 평정과 유연성의 궤도로 진입한 징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상황은 아직 유동적이고 국내외 환경도 급변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변신을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새 정부는 현실이 뒷받침되지 않는 의욕과잉으로 불안심리를 자극해선 안 된다. 불안에 익숙해지는 것과 안정은 다르다. ‘전쟁’이니 ‘전의(戰意)’니 하며 입장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감정과잉도 경계해야 한다. 그것은 통합을 저해한다. 이제 첫걸음을 뗀 새 정부가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는 생각으로 자세를 한번 더 가다듬었으면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