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한미군 철수 발언, 적절치 않다

  • 입력 2003년 3월 1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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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 고위관계자가 “한국민이 원할 경우 미군은 내일이라도 떠난다”고 한 말은 충격적이다. 꼬일 대로 꼬인 한미관계에 대한 미국측의 불편한 감정이 이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난 적은 없다. 북핵이라는 공동 과제를 앞에 놓고 한미 양국이 동맹관계를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시기에 이런 발언이 나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물론 미국측의 이 같은 반응은 우리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촛불 시위와 대선 과정에서 나타났던 사회 일부 계층의 반미(反美) 정서, 정권교체 이후에도 잇따른 집권층의 비우호적 대미(對美) 발언 등이 미국을 자극했을 것이다. 그 결과 우리 뜻과는 무관하게 미국이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를 구체화하고 있는 오늘의 사태에 정부의 책임도 크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이렇게 감정적인 발언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한미군 문제는 한국의 안보와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다.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는 것은 아직도 절대다수 한국민의 생각이다. 이런 터에 미 국방부 관계자가 미군의 인계철선 역할을 포기하고 한강 이남으로 2사단 이동을 언급한 것은 우리 모두를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다. 동맹정신에 어긋나는 이 같은 발언이 한국민의 정서를 자극해 양국관계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

한미 양국 책임자들은 주한미군 문제에 관한 한 말 한마디에도 신중을 기해주기 바란다. 미군 재배치 문제는 새 부지 확보의 어려움과 막대한 이전비용 등 미국이 일방적으로 서두른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한국측의 어려운 입장을 고려하면서 무리없이 정책을 추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정부도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이달 초 고건 총리에 이어 어제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이 다시 언급했듯이, 미군 재배치 논의를 북핵 문제 해결 이후로 미룰 것을 미국측에 설득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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