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부처 업무보고 내용이 새 정부 정책의 큰 줄기와 어긋나지 않는지 점검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라고 밝혔으나 납득하기 어렵다. 어떤 명분이든 정부 위에 또 하나의 정부가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고 공무원들은 장차관 말고 또 다른 상관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부 장관이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침과도 거리가 멀다.
집권측은 이것이 ‘열린 행정’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전 인수위원들의 배석 때문에 말문이 막히는 ‘닫힌 행정’이 될 것을 걱정하는 공직자들도 많다. 인수위가 정해놓은 정책방향과 일치하는지를 점검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어떻게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하겠는가. 관료조직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공무원 사회의 비판을 받아온 인수위였기에 더욱 그렇다.
민주주의 국가 운영은 의지와 내용 못지않게 형식과 절차도 중요하다. 업무보고에 전직 인수위원들이 꼭 참석해야 한다면 먼저 합당한 자격을 부여하는 작업이 선행됐어야 했다. 임무가 끝난 인수위원들을 법적 지위가 모호한 상태로 참석시키는 것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20여일밖에 안된 상황에서 절차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들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비공식 측근정치, 사적(私的)정치를 비판해온 노 대통령이 전 인수위원들을 배석시키는 것은 그런 유의 정치를 하겠다는 뜻으로 오해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료사회의 우려에 청와대가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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