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여성 저널리스트의 자서전 '나는 행복하다'

  • 입력 2003년 2월 28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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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하다/프랑수아즈 지루 지음 신선영 옮김/200쪽 7800원 열림원

1월 타계한 프랑스의 원로 여성 저널리스트의 자서전. 지루는 자서전의 한국어판이 출간되기 직전, 계단에서 구르는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쳐 8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지루는 1953년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를 공동 창간한 언론인이자 70년대 프랑스 여성부,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정치인이며 마리 퀴리의 전기 ‘존경스러운 여인’(82년), 칼 마르크스의 부인 예니의 전기 ‘예니 마르크스, 또는 악마의 아내’(92년) 등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날카로운 펜과 따뜻한 목소리, 레이저같은 시선을 겸비했던 프랑스 여류 저널리스트 프랑수아즈 지루의 생전 모습.동아일보 자료사진

1916년 터키 출신 정치망명가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14세의 어린 나이에 생계를 위해 의대 진학의 꿈을 포기하고 직업학교에 들어가 타자속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고서점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면서 세계적인 고전을 두루 섭렵한 그녀는 1932년 시나리오 작가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이후 조감독으로 영화계의 거물들과 함께 일하던 그녀는 아버지와 집안 분위기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레지스탕스 활동에도 적극 가담했다.

이후 전쟁 때문에 리옹으로 자리를 옮긴 ‘파리 수아르’ 신문사에서 기사를 쓰는 것으로 언론계에 입문한 그녀는 1945∼1958년 프랑스의 여성지 ‘엘르’의 편집장으로 일했다. 아름답고 세련되고 우아한, 그야말로 멋을 아는 파리지엔이었지만 사람들은 그녀의 도전적이고 당찬 언어에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다.

그녀는 1951년 프랑스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장-자크 세르방-슈레베르를 만나 사랑에 빠짐으로써 새로운 인생의 전기를 맞았다. 1953년 두 연인은 좌파 성향의 ‘렉스프레스’를 창간함으로써 프랑스 언론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 후 언론인으로 맹활약을 하던 그녀는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 집권 당시 여성부 장관으로, 또 문화부 장관으로 일하면서 정치인으로서도 명성을 쌓았다.

‘렉스프레스’지는 그녀에 대해 ‘겔랑의 향수를 뿌리고, 이브 생 로랑의 옷을 입은 지루는 남자들이 좌지우지하던 세계에서 인정받은 최초의 여인이었다’고 썼다.

지루는 또한 전기작가로도 유명하다. 특히 이름은 널리 알려졌으나 생에 대한 조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여성 명사들, 예를 들어 우리에게 퀴리 부인으로 잘 알려진 과학자 마리 퀴리, 음악가 구스타브 말러의 부인 알마, 바그너 니체 등의 연인 코지마, 공산주의자 칼 마르크스의 부인 예니, 니체 릴케 프로이트 등의 연인 루 살로메 등의 삶을 치밀하게 복원해내는 작업에 말년까지 열정을 바쳤다.

프랑스의 일간지 ‘르몽드’는 그녀의 타계를 전하는 기사에서 ‘완벽한 기자의 표상 프랑수아즈 지루, 그녀에게서는 결점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으며 그녀가 보여주는 끝없는 활력은 감탄스러울 정도’라고 평했다. 원제 Arthur, ou le bonheur de vivre(1997). 원제의 아르투르는 그녀의 수호천사를 지칭한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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