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민의 투자여행]<2>1만달러 까먹은 뼈아픈 과거가…

  • 입력 2003년 2월 25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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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그 본질 파악을 위해 길을 나서기 전에 우선 한번 보자. 그간 멋모르고 덤빈 결과가 얼마나 참담했는지.

바닥이니 상투니 마치 신(神)처럼 행세한 끝에 과연 누가 벌었는지 말이다. 작년 어느 통계는 평균 열 명 중에 다섯 명 이상이 원금의 50% 이상 잃고 있다고 했다. 안 잃은 사람이 두 명이라는데 얼마 벌었단 말은 없다.

증권사 지점장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스물에 하나나 벌었을까요’ 한다. 실제로 올해 초 어느 강연회에서 물어보니 90여명 중에 단 한 명만이 수면 위에 있다고 했다. 또 어느 간담회에선 참석자 20명 전원이 깊이 잠수 중이라 했다.

99년 종합주가지수 1,000때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이제 다들 본전 찾으셨죠?’ 물으면 멋쩍게들 웃으며 ‘아직 덜 찾았습니다!’ 하는 게 답이었다. 참 기막힌 일이다. 오르기 아니면 내리기, 확률은 반반인데 어쩜 그렇게들 못하는지….

다들 아마추어라 뭘 몰라서 그런가 하면 그게 아니다. 잘 안다 하는 프로들도 돈 까먹긴 매한가지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아마추어는 제 돈만 까먹는데 프로는 남의 돈까지 까먹는다는 거다.

말만 그럴 듯하게 하지 실제 고객 돈 벌어 주는 주식전문가, 투자회사가 몇이나 되나. 이번 설에도 친척들 눈 마주칠까봐 차례상에 절만 후딱 하고 돌아온 선수들 많았으리라. 뭐 좀 안다 싶지만 진짜 중요한 걸 모르는 탓에 명절 때마다 그 곤욕을 치르는 거다.

미국 시절, 처음엔 나도 개념 없이 덤볐다가 혼이 났다. 내 돈 5000달러와 함께 이웃 돈 5000달러를 홀딱 까먹었다.

얼마나 뼈에 사무쳤던지 최근 그 집 아들딸이 한국 왔을 때 마음의 빚을 톡톡히 갚았다. 차량 제공, 선물 공세에 두둑한 용돈까지. 아마 엄마의 나라 코리아에 대해 무척 좋은 인상들을 갖고 돌아갔으리라. 이 아저씨의 아픈 과거도 모르고….

이렇듯 본질을 모르고 하는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고스톱을 민화투인 줄 알고 치는데 속만 타지 돈이 될 리 있나. 그래도 열에 한번은 이기니까 다들 희망을 못 버리는데 착각은 금물이다. 뒷손 잘 맞아 자꾸 집어오면 고스톱을 민화투로 쳐도 그 판은 무조건 딴다. 한번씩은 나도 모르게 벌어진단 말이다. 그 행운을 실력으로 착각한 대가가 여태 수십조원이나 됨을 아는지 모르는지….

더 이상 까먹을 돈도, 지체할 시간도 없다. 빨리 차에 올라 나와 함께 여행을 출발하자. 저명한 경제학자가 아닌 무명의 공학도가 저기서 우릴 기다리고 있다. 이 게임의 본질을 일찌감치 깨우친 젊은 청년 하나가….

시카고투자컨설팅대표 cic2010@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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