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238…강의 왕자(14)

  • 입력 2003년 2월 9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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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하는 눈살을 펴고 눈꺼풀을 내렸다가, 갑자기 잊고 있었던 일이 생각나기라도 한 듯 눈을 번쩍 떴다. 눈을 뜬 채로 초(秒)가 흘러 분(分)이 되었다.

“봐라, 거울 좀 갖고 와라”

인혜는 울면서 버둥거리는 아기를 이불에 내려놓고 건너방에서 혼수품인 손거울을 가져왔다. 우철은 손거울을 아버지 입에 갖다댔다. 거울 표면에 희미하게 김이 서렸다.

“아직, 숨은 있다…”

두 눈에는 바늘 끝만한 빛밖에 남아 있지 않다.

“아버지!”

누군가 부르는 소리는 들리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누군가 울고 있는 소리는 들리는데, 왜 우는지는 모르겠다, 누군가 노래하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립고 정겨운 여자의 목소리다.

3월 지나면서 핀

아! 늦봄의 진달래꽃이여

남의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어 태어나셨구나

아으 동동다리

4월을 잊지 아니하여

아! 찾아 오셨구나 꾀꼬리새여

무슨 까닭으로 녹사님은

옛날을 잊고 계심이여

아으 동동다리

솔솔 살랑살랑, 한 줄기 바람이 하늘에서 불어와, 솔솔 살랑살랑 강바람이다, 강이 가깝다, 솔솔 살랑살랑, 땅위에는 진달래, 민들레, 제비꽃이 솔솔 살랑살랑, 강가에는 갈대, 억새, 띠가 한들한들, 양지바른 물 속에서는 이따금 잉어가 뻐끔뻐끔 입을 벌리고, 물고기 그림자가 날렵하게 하나, 둘, 셋, 넷…아이구 다 셀 수가 없구나, 은어가 강을 거슬러 오는 것을 보면 벌써 봄이야, 솔솔 살랑살랑, 봄의 풀밭에서 그녀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좌우로 벌려 몸을 포개고, 그녀는 내 등에 매달리고, 손목을 잡고 떨어지지 않도록, 솔솔 살랑살랑, 하아하아 물결치고 신음하는 몸이 봄 속에 녹아, 녹은 것은 하얗고 탐스런 미소와….

5월5일에

아! 단오날 아침 약은

천년을 길이 사실

약이라 바치나이다

아으 동동다리

6월 보름에

아! 벼랑에 버린 빗과 같구나

돌보아 주시는 임을

잠깐이나마 따랐습니다

아으 동동다리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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