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정훈/'줄대기' 보도가 흠집내기?

  • 입력 2003년 1월 15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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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순균(鄭順均) 대변인은 본보가 이날 A1, 3면에 보도한 ‘인사청탁 새정부 줄대기 법석’ 기사에 대해 “인수위 흠집내기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내용 중 두 가지가 사실과 다르며 공개적으로 정정보도를 요청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임채정(林采正) 인수위원장 등의 사무실에 눈도장을 찍으려는 공무원이 매일 10명 이상 몰려들고 있다’는 것과 ‘임 위원장이 모교 인사들이 무차별적으로 전화를 걸어온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 인수위 사무실에 대해 엄격한 출입통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첫 번째 지적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지적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임 위원장은 10일 인수위를 방문한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와 환담하던 중 분명히 그런 말을 했다. 그 자리에 기자들은 물론 정 대변인도 있었다.

정 대변인의 지적 중 더 큰 문제는 본보 기사를 인수위 흠집내기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보 기사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패가망신’ 경고에도 불구하고 힘있는 곳에 줄을 대려는 공직사회의 잘못된 풍토가 여전하다는 점을 지적했을 뿐이다.

인수위도 청탁이 개입된 잘못된 인사로 국정에 혼선을 빚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새로운 인사시스템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수위가 본질인 ‘줄대기’ 문제를 철저하게 외면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인수위측은 “과거 같은 줄대기는 없다”고만 말할 뿐 본보가 적시한 여러 건의 사례에 대해 확인을 해봤다는 얘기는 없다.

아침에 기사를 읽었다는 한 인수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내 책상에 이력서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부탁하러 온 사람에게 ‘나에게 이력서를 줘도 어차피 국민참여센터에 보낼 것이니 그쪽에 접수시키라’고 했더니 ‘그럴 거면 뭐 하러 직접 찾아왔겠습니까’라고 하더라. 동아일보가 잘 썼다.”

노 당선자측이 당장 해야 할 일은 ‘기사의 의도가 뭐냐’고 의심하고 공개적으로 반박할 것이 아니라 줄대기 현상에 대해 조사하고 강력한 차단책을 세우는 것이다.

김정훈 정치부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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