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능 반올림’ 피해자 구제해야

  • 입력 2003년 1월 12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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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 제도로 피해를 본 수험생을 구제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은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과거 입시에서 불합격된 다른 피해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결정을 얻어낸 학생처럼 실제 수능성적이 합격자보다 높았지만 입시에서 낙방한 학생들은 어디서 억울함을 보상받을 것인가. 모순된 제도 때문에 합격이 불합격으로 바뀌고 개인의 소중한 인생이 피해를 보는 결과가 초래됐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수능 반올림’ 제도의 모순은 수험생은 물론 대학들까지 인정하는 바다. 이번 법원 결정 이전에 시정되었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점수 서열화 방지’를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며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 이번에 공개적으로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교육인적자원부가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은 실망스럽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겠다는 열린 자세가 없다면 현 교육위기의 극복은 요원한 일이다.

이번 결정은 한 학부모의 끈질긴 노력이 없었다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묻혀 지나갈 뻔했다. 현행 입시제도 아래서는 낙방자들이 합격생들의 자세한 점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이나 대학측은 입시 절차가 투명하니까 결과를 100% 믿으라고 하지만 우리의 입시제도는 이처럼 곳곳에 허점투성이다.

바뀐 제도에 따라 전국적으로 수백가지에 이른다는 새 전형방식은 과연 공정성이 확보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채점자의 주관적 판단이 크게 작용하는 논술이나 면접시험이 비판대상이 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번 결정을 얻어낸 학생은 다행히 서울대 2차 전형에 응시할 기회를 얻게 됐지만 같은 점수산정 방식을 적용하는 나머지 24개 대학과 서울대의 다른 학과에도 피해자들이 있을 것이다. 교육당국은 뒤늦게 내년부터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응시자에 대해서도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 젊은이 모두가 대학입학에 매달리는 우리 사회풍토에서 불합리한 입시제도는 죄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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