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親盧, 당장악-정계개편 시동

  • 입력 2002년 12월 22일 18시 50분


민주당 개혁파 의원 23명이 22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한 정계개편을 주장했다. -박경모기자
민주당 개혁파 의원 23명이 22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한 정계개편을 주장했다. -박경모기자
《대선 이후 정치권에 ‘앙시앵 레짐(구체제) 타파’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민주당 개혁파 의원들은 민주당 해체 및 지도부 2선 퇴진을 전격 제안하고 나섰고 한나라당은 낡은 정치 청산에 대한 민의(民意)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책임론과 함께 전당대회 조기 소집 및 새 지도부 구성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양당의 움직임이 정당개혁 차원을 넘어 정치권의 새판 짜기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패배했다. 낡은 정치가 패배한 것이고 새 정치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승리한 것이다.”

22일 민주당 개혁파 의원 23명이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제안하고 나선 직후 개혁파 의원그룹의 핵심인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이같이 취지를 설명했다.

개혁파 의원들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낡은 정치 청산의 방향은 크게 세 갈래다. 기존 정당구조의 틀을 깨기 위한 ‘정당개혁’, 당 지도부의 2선 후퇴를 통해 당의 주도세력을 교체하는 사실상의 ‘인적 청산’, 장기적으로는 ‘개혁신당의 창당’을 통한 새로운 정치질서의 구축이 그것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3차례의 모임을 가졌는데 일부는 ‘전면적인 물갈이’를 강력히 주장했으나 당내 갈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우선은 ‘2선후퇴론’으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물갈이는 17대 총선 공천을 통해 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들의 궁극적 지향점은 민주당 밖의 개혁세력까지를 아우르는 정계개편이다. 노 당선자의 국정운영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고 정치 사회 경제 등 제반 분야에서의 개혁을 힘있게 추진하려면 정치권의 새판 짜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들은 이 같은 구상을 우선 당의 공식 기구를 통해 공론화할 생각이다. 조순형(趙舜衡) 고문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 인책, 당의 발전적 해체 및 신당 창당을 포함한 모든 문제가 논의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당내 논의 과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단계적 액션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의 개혁 구상은 당장 동교동계 등의 저항에 부닥칠 것이 분명해 당내 분란의 또 다른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동교동계 한 의원은 이들의 개혁 요구에 대해 “정치인에 대한 심판은 선거로 하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청산하자는 것은 군사문화이고 반개혁적이다”라고 반발했다.

따라서 이들이 겨냥하는 동교동계가 2선 퇴진을 거부할 경우 개혁파와 동교동계의 헤게모니 다툼이 벌어지면서 전당대회 소집 등을 통해 정면대결이 벌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만약 동교동계와의 갈등이 불거질 경우는 개혁파가 먼저 탈당해 개혁신당을 새로 창당하는 시나리오도 예상된다.

한편 한화갑(韓和甲) 대표측은 “정당개혁과 정치개혁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한나라당이라는 거대야당을 상대로 당이 단합해서 국정을 뒷받침하고 국민화합과 국민통합을 이뤄야 할 때다”라며 ‘선(先)화합론’을 주장했다. 개혁그룹과 당권파 간에 상당한 인식의 괴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 주장한 23인 명단
소속의원(직책·선수)
정치개혁추진위원회조순형(위원장·5선) 신기남(본부장) 천정배(총괄 간사·이상 재선)
국민참여운동본부정동영 추미애(이상 본부장·이상 재선) 임종석(사무총장·초선)
선대위이미경(대변인) 유재건(특보단장) 정동채(미디어선거대책위원장) 정세균(국가비전21위원회 본부장·이상 재선)김성호(언론특보) 김태홍(홍보위원장) 김택기(정세분석위원장) 김효석(제2정조위원장) 김희선(여성본부장) 문석호(대변인) 송영길(노동위원장) 이강래(기획특보) 이종걸(인권위원장) 이호웅(조직본부장) 정장선(농어민위원장) 최용규(출판위원장) 함승희(공명선거대책위원장·이상 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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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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