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과 나라의 승리되려면

  • 입력 2002년 12월 20일 18시 43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는 대화와 타협으로 새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했다. 노 당선자는 패자인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후보의 축하전화를 받고 “나는 절반의 대통령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이 후보의 것이다”라고 말했다. 올바른 현실인식에 바탕한 덕담이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전체 유권자 3490만여명 중 57만여표로 승패가 갈렸다. 득표율로는 불과 2.3%포인트 차이다. 지역별로 동서가 확연히 구분됐으며 40대 중반을 기준으로 아래 위 세대의 지지성향도 크게 엇갈렸다. 큰 그림으로 보면 ‘절반의 승리, 절반의 패배’라 할 수 있다.

이제 이 ‘절반의 승리’를 ‘국민과 나라 모두의 승리’로 승화시켜야 할 때다. 노 당선자의 말처럼 대화와 타협은 그래서 중요하다. 물론 정치적 수사(修辭)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난 정권도 선거 직후 국민대화합을 주창했지만 오래지 않아 ‘승자 독식(勝者 獨食)’에 탐닉해 국민통합은커녕 오히려 편가르기로 분열과 대립을 자초했다.

‘승자 독식’의 잘못된 권력문화를 바로잡는 것은 집권세력의 선의(善意)에 기대할 일이 아니다. 헌법에 명시된 3권분립의 정신에 따라 입법 행정 사법이 제도와 시스템에 의해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노 당선자가 선언한 ‘7000만 대통합시대’ 역시 민주적 제도에 의한 국가운영 원칙이 지켜질 때 이루어질 수 있다.

국정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다. 그 과정에서 이뤄진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만이 지금의 분열과 대립을 화해와 통합으로 이끌 수 있다. 행여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정계개편에 집착하거나 사회개혁을 구실로 포퓰리즘(대중 인기주의)에 영합한 정책에 급급하다면 ‘절반의 승리’는 결코 ‘국민과 나라 모두의 승리’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스스로 ‘절반의 대통령’임을 인정한 노 당선자가 초심(初心)을 견지하는 것은 국민대화합에서 가장 긴요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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