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아듀 ‘2002스포츠’<3>프로야구 삼성 첫 우승

  • 입력 2002년 12월 20일 17시 57분


팀창단 이후 21년만에 첫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삼성 선수들이 ‘우승제조기’ 김응룡 감독(위)을 헹가래치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팀창단 이후 21년만에 첫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삼성 선수들이 ‘우승제조기’ 김응룡 감독(위)을 헹가래치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21년을 기다린 댓가는 너무나 달콤했다. 11월1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은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짜릿한 경기였으며 삼성으로선 너무나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스포츠를 ‘각본없는 드라마’라지만 이 보다 더한 드라마는 없었다.

8회까지 9-6으로 LG의 리드. 다들 LG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지만 운명의 9회말 1할대도 안되는 지독한 슬럼프의 이승엽이 천하의 이상훈(LG)으로부터 동점 3점홈런을 터뜨릴 줄 누가 알았을까. 또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까지….》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삼성 선수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우승이 확정된뒤 더그아웃에서 막바로 감독실로 들어가 홀로 감격을 곱씹던 김응룡감독도 어찌나 좋았던지 선수들 손에 이끌려 그라운드로 나가면서 뜀박질을 했다. 0.1t짜리 거구인 ‘코끼리감독’이 뛰는 모습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과감한 투자에 최고의 스타들을 보유하고도 한국시리즈에서 번번이 패한 삼성의 악몽이 시작된 것은 82년 프로원년이었다. 당시 삼성은 OB(현 두산) 박철순의 벽에 막혀 1승1무4패로 첫 우승을 놓쳤다. 84년엔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선택한 롯데의 최동원에게 4승을 헌납하며 3승4패로 역전패. 80년대 중반이후엔 해태(현 기아)에게 약점을 잡혔다.

‘우승제조기’ 김응룡 감독을 해태에서 영입한 지난해엔 월등한 전력임에도 두산에 2승4패로 덜미를 잡혀 ‘삼성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삼성은 ‘7전8기’로 끝내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안았고 11월10일 저주가 풀리는 순간은 가장 화려하고 황홀했다. 반드시 팀을 우승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속에 시달렸던 김응룡감독은 경기가 끝난뒤 “너무나 힘들었던 만큼 그 어느우승보다 가장 감격스럽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프로축구 프로농구에 이어 유일하게 우승을 하지 못했던 프로야구가 챔피언의 자리에 오름으로써 삼성 스포츠단은 비로소 ‘용의 눈’을 찍게 된 셈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아듀 ‘2002스포츠’▼
- <1>히딩크 신드롬
- <2>골프 최경주…‘탱크는 멈추지 않는다’

▼삼성의 말·말·말

▽해태시절 9번 우승했지만 처음 우승한 것처럼 감격스럽다-삼성 김응룡 감독, 한국시리즈 6차전이 끝난뒤 인터뷰에서.

▽경기에선 졌지만 승부에선 이겼다-LG 김성근 전감독,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했지만 LG 선수들이 강한 정신력으로 멋진 경기를 펼쳤다며.

▽어젯밤 꿈에 수혁이 형이 나타나 좋은 징조라고 여겼다-끝내기 홈런을 날리며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삼성 마해영, 6차전 전날 투병중인 롯데 선배 임수혁 꿈을 꾸었다며.

▽나만 죽자고 생각했었다-6차전 9회말 동점홈런을 터뜨린 이승엽, 타격이 워낙 부진해서 병살타만 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타석에 들어섰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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