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레만 씨 이야기´

  • 입력 2002년 12월 20일 17시 55분


◇레만 씨 이야기/스벤 레게너 지음 김현진 옮김/472쪽 9000원 현대문학

“인생 내용이라뇨? 인생 내용이 뭐죠? 인생이 유리잔이나 병, 양동이, 아님 그 안에 뭔가를 채워 넣는, 심지어는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무슨 용기라도 됩니까? 인생 내용 따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데는 어쨌든 세상 전체가 일치한 것 같군요.”

술집 아인팔의 종업원 프랑크는 곧 서른살이 된다는 이유로 ‘레만 씨’라 불린다. 그가 사랑하는 조리사 카트린, 아들이 레스토랑 지배인인줄 아는 부모님, 예술가 친구 카를이 그의 일상을 둘러싸고 있다.

술집 판매대에 서서 늘 그렇듯이 술을 팔고, 맥주로 하루의 피로를 푸는 레만 씨의 삶은 평범하고 잔잔해 보인다. 그러나 깊숙한 곳에 ‘붐붐 뮤직’처럼 레만 씨를 쿵쿵 울리게 하는 정열적인 삶과 진한 우정, 사랑과 행복, 이별과 상처, 예술과 고뇌, 분단과 통일이 있다. 그에게 인생이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이며,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닌 ‘내용이 채워져 있는 용기’다.

스벤 레게너는 록밴드의 싱어와 작사가로 활동 중이기도 한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 음악가로서 그의 이력이 보헤미안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레만 씨’의 성격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평이다. 독일에서 60주 연속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운 작품.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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