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황제 마이클 잭슨의 저택 이름이 네버랜드다. 아이 적부터 노래하느라고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했던 그는 아이를 셋이나 둔 지금도 장난감과 동물에 둘러싸여 피터팬으로 산다. 김정남에게도 유사성이 보인다. 숨겨진 여자 성혜림씨를 어머니로 둔 그는 외할머니 손에서 외롭게 자랐다. 서너살 때까지 김 위원장이 손수 오줌을 뉘어줄 만큼 귀여움을 독차지했다지만 어머니의 사랑만은 못했을 게 틀림없다. 태어나서 한 살반까지의 구순기를 잘 보내지 못하면 정신적으로 미숙하고 자기중심적이기 십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인 터. 아직도 심리적 유아기에 머물러있는 그를 위해 북한에선 ‘소년 장수’라는 만화영화를 연장 방영하기까지 했다.
▷어린 날의 환상을 첨단 테크놀로지로 육화(肉化)하여 소비할 수 있게 만든 미국식 꿈의 공장이 디즈니랜드다. 동화 속 백설공주와도 악수할 수 있고 사람들은 모두 근심걱정 하나 없는 행복한 얼굴이다. 잘 짜여진 계획도시 같은 테마파크엔 짜릿한 스릴을 안겨주는 놀이기구부터 미래의 공상과학을 구체화한 투모로랜드, 세계의 볼거리와 쇼핑몰까지 종합선물세트처럼 없는 게 없다. 평범한 사람도 일상 탈출의 상쾌함에 즐거워하는데 ‘불량 국가’의, 그것도 아직 ‘세자 책봉’을 받지 못한 불안한 신분의 그가 얼마나 황홀한 현실 도피의 쾌감에 떨지 상상하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마이클 무어라는 괴짜작가가 저서 ‘멍청한 백인들’에서 농담처럼 편 주장이 “평양에 테마파크를 지어주자”는 거다. 김정남은 관리인을 시켜주고, 김정일을 위해서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선사해도 좋다. 그런다고 해서 북한 경제를 살릴 수는 없겠으되 최소한 이 부자에게 일거리를 만들어주어 궁극적으로는 북한을 파멸에서 구할 수 있으리라는 게 그의 독설이다. 만일 북한에 경수로와 핵발전소 대신 놀이동산이 들어서고 그래서 그들이 핵을, 미사일을, 벼랑끝 전술을 포기하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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