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own]겨울방학 앞둔 서울 강남권-신도시 동향

  • 입력 2002년 12월 15일 17시 04분



어려운 대입 수능시험, 눈 앞에 다가온 겨울방학.

예년 같으면 대학 진학률이 높은 고등학교가 많고, 좋은 학원이 밀집해 있다는 소문이 자자한 서울 강남권과 분당 일산 등지를 중심으로 수도권 지역의 전세 시장을 들먹이게 할 만한 요인들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수능 쇼크’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시험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집값과 전세금이 폭등하기도 했다.

올해도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수능시험이 어려웠다는 게 수험생들의 일치된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서울 강남권과 분당 등지의 전세금이 잠잠하다.

▽전세금, 분당 빼곤 모두 제자리〓11월 6일 치러진 수능시험 이후 전세금 움직임을 보면 분당을 제외하곤 서울 강남권과 일산신도시 모두 약보합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시세 조사업체인 ‘유니에셋’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는 수능시험 직후인 11월 8일 조사에서 한 주 전보다 0.15% 떨어진 것을 비롯, △11월 15일에 -0.04% △22일에 -0.01% △29일에 0.02% △12월 6일 -0.15% △13일에 0.02%를 각각 기록하면서 거의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특히 경기고, 영동고 등이 속한 8학군 지역이면서 유명 학원들이 밀집한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의 경우 48평형 전세금이 4억3000만∼4억8000만원으로 지난달 초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인근 우성 1차 31평형도 2억2000만원대로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대치동의 부동산중개업소 ‘큰 고을 공인’의 박명준 사장은 “수능 직후 매수 문의가 반짝 늘기도 했지만 수요자들이 원하는 소형 평형은 매물이 없고 상대적으로 매물이 많은 대형 평형은 찾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거의 중단됐고 가격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11월 8일∼12월 6일까지 계속 내림세를 보이다가 13일에서야 0.02%로 오름세로 반전했다. 송파구도 예외는 아니어서 12월 6일 조사 때를 제외하곤 모두 전세금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산신도시는 조사 기간 내내 하락세를 면하지 못했다.

반면 분당신도시는 △11월 8일 0.02% △15일 -0.02% △22일 0.10% △29일 0.44% △12월 6일 0.30% △13일 0.36% 등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공급 많은 다세대·다가구가 주원인〓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최근 몇 년간 다세대·다가구 주택 공급이 크게 늘어난 게 전세금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서울에서 공급된 다세대·다가구는 1998년 4000가구에서 2000년 2만4000가구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9만600여가구 이상으로 폭증했다.

올 들어서도 10월 말까지 사업승인이나 건축허가를 받은 다세대는 9만3000가구로 이미 작년 한 해 동안의 물량을 넘어섰다. 여기에 다가구도 3270동, 1만4800가구에 달한다.

다세대·다가구가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은 서울시가 신축주택의 주차장 확보 면적에 대한 시 조례를 바꾸면서 다세대·다가구주택이 갖춰야 할 주차장 면적을 가구당 0.7대에서 1대로 대폭 높인 게 원인이다.

주차장을 많이 짓기 위해선 주택 면적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토지소유주들이 주택을 앞다퉈 지은 것.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권오현 연구위원은 “다세대·다가구는 착공부터 입주 때까지 3∼6개월 정도 걸린다”며 “일반적으로 다세대·다가구는 건축허가를 받은 뒤 6개월 이내에 지어지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까지 다세대·다가구의 공급 과잉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이달 들어 크게 늘어난 아파트 입주 물량도 전세시장 안정에 기여했다.

인터넷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 114’에 따르면 이달에 입주할 서울(7307가구)과 인천 경기를 포함한 수도권의 아파트는 모두 2만1419가구. 이는 올 들어 5월(2만1920가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이와 함께 교육부가 겨울방학과 봄방학 사이의 자투리 수업을 없애는 대신 겨울방학 시작을 늦춘 것도 전세시장이 이례적으로 안정을 보인 요인이다.

유니에셋의 최효선 주임은 “겨울방학이 늦춰지면서 이사철도 조금 늦어지고 있다”며 “이사 수요가 본격화되면 집값이 오를 수 있지만 작년처럼 큰 폭 상승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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