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길창덕 꺼벙이로 웃다, 순악질 여사로 살다´

  • 입력 2002년 12월 6일 19시 20분


◇길창덕 꺼벙이로 웃다, 순악질 여사로 살다/박인하 지음/222쪽 1만2000원 하늘아래

7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닌 이 나라 사람은 거의 예외 없이 그에게 오마주(예찬)를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 가끔은 × < 등의 기호로 환치되는, 심드렁해 보이는 눈길, 씩 웃을 때의 ‘이빨’ 깨진 자국, 한 움큼 머리카락 빠져나간 자리. 그는 다름아닌 ‘꺼벙이’다. 진한 일자눈썹의 심술주부 ‘순악질여사’도 잊을 수 없다.

이 책은 명랑만화 작가의 대명사로 부르기에 전혀 어색함 없는 길창덕의 ‘걸출함’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여러 각도로 분석한다. 저자는 ‘친근함’과 ‘일상’ 속에서 우발적인 실수를 통해 웃음을 이끌어내는 명랑만화 캐릭터의 본질에 작가가 충실했다는 점을 그의 큰 성공요인으로 꼽는다. 동시에 그의 만화의 배경을 이루는, 단층 주택과 빌딩, 고가도로 등 도회적 풍경에도 주목한다. 길창덕 만화는 ‘내용적으로 전통 가치를 옹호하지만, 본질적으로 근대적 가치에 더 매료되는 새로운 세대의 얼터너티브 문화’를 대표했다는 것.

작가가 ‘군대에서 교재와 차트 만드는 일’로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는 등의 흥미진진한 일화도 빼놓지 않는다. 단 세 명의 제자가 신문수 윤승운 신전식이었다는 사실은 그들의 화풍을 두루 잘 아는 사람이라면 무릎을 칠만한 정보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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