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소파의 세계´ ´철학자의 다이어트´

  • 입력 2002년 12월 6일 17시 35분


◇소파의 세계/이본느 하우브리히 지음 이영희 옮김/360쪽 1만2500원 넥서스북스

◇철학자의 다이어트/리처드 와트슨 지음 배희진 옮김/278쪽 9000원 철학과 현실사

직장 일이 끝나면 집에서 편히 쉬는 대신 피트니스 클럽에 가서 이를 악물고 러닝머신을 한다고요? 휴일이면 영화관 앞에서 줄을 서고 선물을 산답시고 백화점을 기웃거린다고요?

그런 일은 상상도 하지 마세요. 그건 자해행위, 아니 죄악입니다. 지금 혹시…. 지하철이나 병원 대기실 같은 곳에서 이 글을 읽고 있지는 않겠지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먼저 집에서 편안히 자리를 잡고 누우세요. 헐렁한 셔츠, 편안한 운동복, 두툼한 양말은 기본입니다. 소파에 누워 두 발을 푹신한 팔걸이 위에 올려놓아 보세요.

쿠션은 어느새 체온에 맞게 따뜻해졌고 몸무게 덕분에 완벽한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불은 둘둘 말아 다리 사이에 끼고 베개는 등 뒤에 대고 있어 길게 누워 보세요. 시간이 흐를수록 당신과 소파는 하나로 녹아들어갈 것이며, 최고의 조화를 이룰 것입니다. 긴장이 풀리면서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이 커집니다. 자유롭게 떠다니는 기분, 안전한 곳에 편안히 누운 채 허공을 떠도는 느낌…. 이 멋진 상태에서 몸과 마음이 조금도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모든 물건은 손이 닿는 거리 안에 늘어놓아야 합니다.

손님이나 긴급한 사안이 소파와 나누는 이 달콤한 밀회를 방해하지 않도록 아내와 남편, 아이들, 그밖에 귀찮은 식구를 모두 집밖으로 내쫓아야 합니다. 특히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귀찮게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만, 비디오나 TV를 보다가 혹시 지루하면 이 책 ‘소파의 세계’(원제 Das Sofa-Universum·2001)를 한번 들춰보세요. 게으름뱅이(카우치포테토족)에게도 철학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러시아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는 고독과 게으름이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말했다나요.

온갖 고문기구를 다 갖춘 피트니스 클럽보다 더 기쁜 마음으로 벌을 받는 곳이 또 어디 있을까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만 그래도 왠지 체중이 걱정되신다고요? 그럼 ‘철학자의 다이어트’(원제 The Philosopher’s Diet·1998)란 책을 읽어보세요. 저자인 철학자 리처드 와트슨은 섹스와 비만과 같이 현대인이 가장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왜 철학자들이 말이 없는가 불만을 갖고 이 책을 썼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즐거움을 주는 일이 있을까요? 데카르트는 우정과 대화가 있다고 했죠. 그러나 그도 항상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우정과 대화를 즐겼습니다. 프로이트는 우리가 낙원을 꿈꾸는 것이 성적인 쾌락을 향유하는 것으로부터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먹지 못한다면 성적인 쾌락도 그리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입니다. 뭐니뭐니 해도 음식이야말로 신이 우리에게 내린 선물이 아닐까요.

늘 이상적인 식사를 꿈꿔보세요. 살만 찌는 인스턴트 가공 식품을 즐겨 먹는 대신 근처에서 최고의 식당을 찾으세요. 최고의 미식가가 되려고 하세요. 그렇게 하는 데 돈이 꽤 들지도 모릅니다. 또 그곳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시간만 해도 두 시간 정도 걸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그것은 음식을 먹는 데가 아닌, 음식을 구하는 데 들이는 시간이니까요.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