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11월 28일 19시 1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용인시는 이달 초 10개 건설업체가 신청한 8500가구 규모의 아파트 사업계획을 무더기로 반려했다.
용인시가지와 동백지구를 잇는 왕복 2차로의 군도(郡道) 5호선이 공사 차량으로 극심한 교통 체증을 빚는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최근 동백지구에서 아파트 분양이 시작됐다. A업체가 짓는 아파트 966가구의 순위청약이 27일부터 3일간 진행되고 있다. 이 아파트 단지는 군도 5호선을 사이에 두고 동백지구와 마주보고 있다.
이 회사는 청약일에 맞춰 대대적인 광고를 내보냈다. 광고를 유심히 뜯어보면 이상한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글자는 아주 조그맣다.
‘단지 내부의 상세한 표현을 위해 106동을 삭제하였음을 양지 바랍니다.’
106동의 ‘퇴출’로 단지가 넓어 보이고 중앙공원과 수변(水邊)광장이 유난히 돋보인다. 건설업계에서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며 ‘금기’로 여기는 것을 과감히 실행한 덕분이다. 이달 초 내보냈던 광고에는 이 문구조차 없었다.
그동안 건설업계는 허위 과장 광고를 자제하자며 자정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올해 분양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업체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건설업계는 내부의 도전을 받았다. 허위 과장 광고가 슬며시 고개를 든 것.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인 스피드뱅크는 27일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네티즌 753명은 분양광고 중 ‘최고의 임대 수익률’ ‘탁 트인 조망권’ 등의 내용을 믿지 못하겠다고 응답했다. 소비자들이 허위 과장 광고에 휘둘리고 있다는 증거다.
A업체의 광고는 허위 과장이 아닐 수도 있다.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러 삭제했다는 문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소비자가 삭제한 106동을 염두에 두고 아파트 단지를 상상할 수 있을까.
이미 해당 업체의 홈페이지에는 이를 질타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100% 분양 및 청약을 위해 소비자들의 눈을 현혹시키기 위한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이모씨) 과장 광고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사람은 이씨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