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11월 28일 19시 0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북한은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주의, 김일성-김정일 부자(父子) 정치 오너십에 군부세력이 혼합된 군정우위 체제로서 경제는 군정에 종속되어 있다. 북한은 한때 안보와 사회주의를 앞세워 경제특구를 청진 신포 중심의 동북지역에서 신의주의 서북지역으로 옮겼으나 그 결과가 신통치 않자, 다시 개성 판문군을 에워싼 서남지역과 금강산 일대 동남지역으로 이동시켰다. 북한이 개성과 금강산 특구에 한국의 진출을 허용한 것은 대단한 결심이라고 볼 수 있다. 전국에 산재한 수령 전용 별장만 60여개소에 이르지만, 연풍 묘향산 원산 별장 등 북쪽의 별장만 주로 사용했을 뿐 해주 사리원 개성의 별장은 안보상의 이유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게 별장 근무자의 진술 아니던가.
▼군부체제-협박전술 버려야▼
북한이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데에는 과거 두 특구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간 점이 크게 작용했다. 초기 동북 특구는 법제도면에서 허술했고 배후 지역의 경제 인프라도 낙후돼 있어 한국이나 일본 미국 자본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또 서북 신의주 특구는 중국의 견제로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이번 결정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정우위 경제통제체제 속에서 개발 재원의 한국 부담을 조건으로 군부의 군사적 우려를 상쇄하며 내린 것이다. 그러나 군사적으로 민감한 북한 남쪽지역의 경제특구 활동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걸림돌은 도처에 널려 있다. 북한의 준비부족, 과도한 토지임대료와 북한 근로자의 임금수준, 핵 문제에서 오는 미국과의 갈등과 연계되면 한국이나 외국으로부터의 자본 유입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 내부의 정치상황이 악화되면 특구의 외교, 군사 자위권을 갖고 있는 군정우위 경제통제체제는 특구의 경제활동 자체를 원천 봉쇄할 수도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북한경제개발 청사진의 밑그림을 그리는 거시적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모든 참여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투자위험에 공동대처해야 할 것이다. 컨소시엄은 또 북한의 과도한 임대료와 임금요구 등에 대응하고, 특정기업의 북한 정권과의 유착을 방지하며, 과당경쟁도 지양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특구에는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동남아, 유럽의 기업들이 진출하는 경제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경제적으로 한국 정부는 특구경제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시장경제를 지원하는 조정방패 역할만 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남북협의를 통해 특구경제 활동을 보장하는 규약을 과거 남북교류협력규정에 따라 제정하고 남북군사회담을 통해 개성과 금강산을 육로 해로 영공으로 접근할 때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안전장치를 반드시 만들어내야 한다. 현재 북한 최고 권력은 김정일 공화국 원수를 중심으로 팔순의 이을설 인민군 원수, 칠순의 조명록 김영춘 김일철 차수 등으로 구성된 군사위원회가 행사하는 점을 고려해 남북군사회담은 최종 안전장치 차원에서 꼭 성사되어야 한다.
▼투자이끌 안전장치 마련 시급▼
서해 군사도발 이후 유감표명으로 쌀 30만t과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참가비를 한국에서 받아낸 북한은 다시 핵무기 개발 시인 발언으로 긴장상황을 조성하면서 미국과 불가침조약 체결을 추진하는 한편 한국에는 개성과 금강산 개발에 참가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남북 군사 정치고위 회담으로 ‘군사도발 긴장 조성-유감표명 양해-원조 획득’ 사이클을 구사하는 북한 정권의 외교군사술을 종식시키고 실질적 교류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 정부는 군사력을 포함한 총체적 국력으로 북한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안보 문제 해결에서 중심 위치를 지켜야 할 것이다.
북한 정권은 군정우위 체제에서 벗어나고, 한국 정부는 북한 경제특구 내 시장경제의 보호자 역할을 다할 때 개성과 금강산 특구는 성공할 것이다.
최평길 연세대 교수·행정학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