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포럼]원기준/강원랜드, 관광은 없고 '도박'만

  • 입력 2002년 11월 25일 18시 16분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나 선후배들이 가장 먼저 물어오는 것이 있다. “카지노 문제가 심각하다며? 피해는 없나?” 요즘 탄광촌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곤혹스러워한다. 언론에 비친 카지노의 모습이 부정적이니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이 걱정될 만도 하다.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강원 정선군 고한읍 강원랜드 스몰 카지노가 개장한 지 2년이 지났다.

2년간 관광객이 180만명이나 다녀갔고 매년 4000억원 이상의 매출액에 2000억원 이상의 이익금을 얻어 지역개발기금을 비롯해 1000억원 정도의 세금과 기금이 납부됐다. 카지노가 지역경제와 지방재정 확충에 크게 기여했고 앞으로도 경제적 기여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능케 한다. 고용인원도 1000명을 넘어섰고 내년 3월 본 카지노 개장에 즈음해서는 2배 이상의 고용이 이뤄진다고 하니 작은 탄광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다. 몇 개 남지 않은 탄광도 정부의 감산정책으로 나날이 축소되고 있어 지역경제의 무게중심이 탄광에서 카지노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근심거리도 적지 않다. 지금은 지역주민의 출입을 월 1회만 허용하기 때문에 지역주민이 도박 중독에 빠지고 패가망신하는 일은 어느 정도 방지되고 있다. 하지만 강원랜드가 카지노 중독자들이 몰려드는 전형적인 도박장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밝고 긍정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하길 기대하는 지역주민들의 염원은 허사가 될 것이다.

카지노 유치 당시 부정적인 요소를 애써 작게 보고 경제부양 효과를 기대했던 지역주민들은 카지노에 대한 사회적 지탄과 경계의 목소리에 난감하다. 다른 이들의 불행 위에 우리의 미래를 건설하려는 것 자체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카지노가 있는 고한읍에서 지역주민 100인 선언이 있었다. ‘강원랜드 카지노는 도박시설이 아닌 국민관광지로 거듭나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주민들은 도박의 부작용과 폐해를 최소화하지 못한다면 강원랜드와 폐광지역의 미래는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경을 호소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도박 관련 사업의 무분별한 허가의 중단과 도박통제기구의 설치 등을 촉구했다. 또 폐광지역과 강원랜드가 하루빨리 도박장의 오명을 벗고 국민휴양관광단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요구했다.

정부가 실질적으로 모든 도박산업을 소유한 현실에서 도박중독 문제나 사회적인 부작용에 대해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 그런데 정부는 아직까지 도박산업의 폐해에 대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데 관심이 없는 듯하다. 다만 최근 문화관광부가 여론을 의식해 카지노의 시설 규모나 영업시간을 당초 계획보다 대폭 축소하는 규제방안을 내놓았는데 과연 그러한 처방이 실제로 도박의 폐해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오히려 도박열기가 과열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카지노의 폐해를 제대로 막지도 못하면서 경제적 효과마저 꺾는 우를 범해서는 곤란하겠다.

지금이라도 강원랜드 카지노가 어떻게 운영돼야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고 폐광촌도 다시 살릴 수 있을지 정부 당국과 강원랜드, 지역주민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원기준 태백선린교회 목사·광산지역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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