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조직은 선거후에도 문제다

  • 입력 2002년 11월 20일 18시 11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유력 대선후보를 위해 활동해온 사조직과 인터넷사이트에 대해 폐쇄 명령을 내리고 관계자들을 고발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급속하게 확산 조짐을 보이는 이들 사조직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지 않을 경우 돈선거 불법선거가 판을 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에 폐쇄 명령을 한 이회창 후보의 ‘하나로산악회’, 노무현 후보의 ‘노사모’, 정몽준 후보의 ‘청운산악회’ 등은 모두 불법조직이다. ‘후보자들은 명칭이나 표방하는 목적 여하를 불문하고 사조직 기타 단체를 설립할 수 없다’고 규정한 선거법 89조의 2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여기에 전국조직 구축 작업, 회원 대상 정치자금 모금 등도 서슴지 않았다. 정치개혁을 그토록 강조해온 후보들이 뒤로는 불법을 방조하고 있었으니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사조직이 선거와 정치에 끼치는 해악은 참으로 크다. 우선 관리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고 그러자면 필연적으로 검은돈에 손을 벌리지 않을 수 없다. 공조직을 힘 못쓰게 하고 비선조직이 활개를 치게 만든다. 선거 후 논공행상을 하다 보면 인사의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밖에 없고, 능력도 없는 자가 요직을 맡음으로써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을 가져오고 만다. 멀리 갈 것 없이 현 정권의 인사 난맥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됐다. 한마디로 사조직은 우리 정치를 망치는 만병(萬病)의 근원인 것이다.

후보들은 자발적인 단체니, 회원들이 회비를 내 운영하는 순수한 모임이니 하는 식으로 변명만 하지 말고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위한 선관위의 조치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노사모’가 명백한 탄압이라며 강력한 저지투쟁을 벌이겠다고 했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기장에서 심판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만큼 무모한 일은 없다.

선관위는 폐쇄 명령을 받은 조직들이 음성적으로 움직이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이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선거운동에 이용될 우려가 있는 조직이나 단체도 찾아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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