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02 후보진영 자금상태]李 여유 盧 텅텅 鄭 절약

  • 입력 2002년 11월 13일 19시 14분


《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각 후보진영이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서도 후보별로 ‘당세’에 따라 자금사정이 천차만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와 같은 ‘돈 선거’의 양상은 이미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일부 후보진영은 선거를 치를 기본적인 자금마저 동난 것으로 알려져 국고보조금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

한나라당은 지난달 29일 중앙당 후원회에서만 후원금과 당비를 포함해 총 118억원(약정액 포함)을 거뒀다. 후원회 이외에 100만 당원 당비납부운동을 벌여 거둔 돈도 40여억원에 이른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은 후원금과 당비에 100억원 정도의 국고보조금을 합쳐 300억원 정도로 대선을 치른다는 계획이다. 빠듯하긴 하지만 그런 대로 약간의 여유를 찾은 셈이다.

당 관계자들은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대세론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실탄’ 지원도 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덕분에 9월부터 당 사무처 요원들의 월급도 20% 정도 인상됐다.

이 후보는 돈 문제와 거리를 두고 있어 ‘뭉칫돈’ 유입의 흐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을 내겠다는 의사타진이 있었으나 (후보로부터)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앞으로 전국의 지구당 조직과 직능 단체를 가동하는 데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한나라당은 최대한 ‘긴축살림’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일선에도 ‘자급자족’의 조달방침을 하달해놓은 상태다. 김진재(金鎭載) 전용원(田瑢源) 의원 등을 직능특위에 포진시킨 것도 재력 있는 의원들을 주요 포스트에 배치해 자급자족토록 함으로써 돈 문제 시비를 차단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후문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민주당▼

(韓和甲) 대표가 12일 소속 의원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10월엔 원외 지구당 보조금을 주지 못했다. 후보는 1원 한푼 안 냈다”고 당 금고 사정을 밝힘으로써 자금난의 실상이 더욱 명백해졌다.

실제 민주당과 노무현(盧武鉉) 후보 진영은 근근이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13일 노 후보측은 대선에 쓸 홍보사진 촬영 비용을 이상수(李相洙) 총무본부장 명의로 외상 처리하려 했으나 홍보기획사측이 “한화갑 대표의 사인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선금으로 1500만원을 내라”고 요구해와 한숨만 쉬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는 그동안 인터넷과 자동응답장치(ARS)를 통해 18억원가량의 자발적 후원금을 모았으나 전화 등으로 모금한 돈은 우선 세금 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노 후보측에 전달되는 데는 2개월쯤 걸린다는 것.

따라서 노 후보측은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한국통신측과 일단 먼저 돈을 당겨 쓰는 방안을 협상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절차가 필요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선대위 본부장급은 3000만원, 위원장급은 1000만원씩을 특별당비 형식으로 내는 등 십시일반으로 경비를 마련해 쓰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당 후원회도 이미 한도액을 모금해 사용해버려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11월 말에 나오는 선거보조금 100억원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국민통합 21▼

1600억원의 재력가인 정몽준(鄭夢準) 후보의 사재(私財)가 당 자금의 전부다.

정 후보는 92년 대선 때 천문학적인 돈을 쓴 선친 정주영(鄭周永)씨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생각이어서 당 관계자들에게 내핍을 요구하며 작은 규모의 지출명세도 직접 챙기고 있다.

박범진(朴範珍) 기획위원장은 “창당대회 등 돈이 필요할 때마다 정 후보에게 ‘요청’해 쓰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21측은 서울 여의도 당사와 서소문 캠프 사무실 운영비(월 7550만원)를 제외하고도 대선 때까지 최소한 2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경기대 고준환(高濬煥·법학) 교수 등 국민통합21 당원 및 자원봉사자 7명은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쓸 선거자금 200억원을 현대중공업 관련 모 재단의 H이사를 통해 정 후보의 보좌진이 관리 집행한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정 후보측은 “정 후보에 대한 모함”이라고 일축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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