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뢰총장’ 검찰 지휘할 수 없다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8시 52분


김각영 검찰총장 내정자의 부끄러운 과거와 석연치 않은 행적은 최악의 위기에 처한 검찰의 소생에 대한 기대를 단숨에 허물어뜨리고 있다. 이를 몰랐을 리 없는 김대중 대통령의 거듭되는 인사오류에 대한 실망 또한 크다.

무엇보다도 1985년 충무지청장 재직시 해상밀수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세관공무원의 상관으로부터 선처 부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감찰조사까지 받은 사실은 검찰총수로서는 치명적인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김 내정자도 이 사건에 대해 “보도내용과 진상은 차이가 있지만 자숙하면서 살아왔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하니 단순한 의혹만은 아니었던 듯싶다.

이는 측근들의 설명처럼 ‘당시의 관행’ 운운하며 지나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검찰총장이 어떤 자리인가. 모든 수사를 지휘하고 기소를 독점하고 있는 막강한 검찰의 사무를 통할하며 검찰공무원을 지휘 감독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검찰총장의 도덕성은 정말 엄정한 잣대로 재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비상한 시기, 비상한 상황에선 더욱 바른 몸가짐이 요구된다. 자신은 모로 기면서 부하들에게 똑바로 걸으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재작년 7월부터 작년 6월까지 서울지검장으로 근무하면서 지휘한 ‘정현준게이트’와 ‘진승현게이트’ 수사의 부실 논란도 김 내정자에게는 두고두고 짐이 될 것이다. 두 사건 모두 나중에 재수사를 통해 엄청난 권력형비리가 드러난 만큼 1차수사는 엉터리수사라는 낙인을 면할 수 없다. 축소수사 또는 눈치보기수사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 것이나, 김 내정자 발탁이 현 정권의 ‘보은(報恩)인사’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내정자의 전력시비는 검찰을 또다시 비틀거리게 할 것이 틀림없는 만큼 국무회의 인준 전이라도 인사권자인 김 대통령은 인선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김 내정자 스스로 총장직을 물리치는 게 바람직하다. 그것이 수십년간 몸담아 왔던 검찰조직에 대한 진정한 기여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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