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칸 “나도 인간이다”

  • 입력 2002년 11월 7일 16시 26분


경기도중 고함을 지르며 동료들을 독려하고 있는 ‘철벽 수문장’ 올리버 칸. 그런 그도 경기장 밖에서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기를 원한다.-뮌헨로이터연합
경기도중 고함을 지르며 동료들을 독려하고 있는 ‘철벽 수문장’ 올리버 칸. 그런 그도 경기장 밖에서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기를 원한다.-뮌헨로이터연합
“나도 인간이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최우수선수에 주어지는 골든볼을 차지한 독일의 명 골키퍼 올리버 칸(33). 그에겐 다른 선수와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무섭도록 근엄한 표정이었다. 어떤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그 차가운 얼굴은 보는 이에게 경이로움까지 안겨 주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 칸이 최근 그라운드 밖에서 말썽을 일으켜 독일 축구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오른쪽 허벅지 근육 파열로 재활치료를 받던 그가 새벽까지 나이트클럽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돼 소속팀인 바이에른 뮌헨으로부터 1만유로(약 1200만원)의 벌금처분을 받은 것.

선수가 맥주 몇 잔 마시는 게 문제될 리 없지만 축구팬들이 유독 칸에 대해서만 이렇게 야단법석을 떠는 이유는 그를 독일축구를 상징하는 영웅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 팬들은 칸에게 늘 ‘완벽함’을 요구해왔다.

칸은 지난해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우승으로 이끈 일등공신. 또한 2002월드컵 준결승까지 6경기에서 단 1골만을 내주는 완벽한 수비를 해내 독일축구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칸은 결승전에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어이없는 실수로 브라질의 호나우두에게 2골을 내주며 우승을 놓치고 만 것. 게다가 손목까지 다쳐 귀국 후 독일 프로리그에서 뛰지 못했고 허벅지 부상까지 겹쳤으니 최고만을 추구해온 그에게 적지않은 충격이었으리라.

칸은 어릴 때부터 일요일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 훈련하는 등 엄격한 아버지의 지도아래 성장했다. 이 바람에 그는 늘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었다. 칸의 돌출 행동을 주위에서는 강박증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으로 해석하고 있다.

2002∼2003 유럽 챔피언스리그축구대회 예선에서 탈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못하던 바이에른 뮌헨은 칸이 나선 7일 독일컵 2라운드에서 하노버96을 2-1로 물리쳤다. 그러나 승리한 뒤에도 칸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나는 자연인 올리버 칸으로 살고 싶다. 주변에서 요구하는 대로 완벽한 인물로 살고 싶지는 않다.”

골 문앞에 서면 무섭도록 차가운 칸이지만 그 역시 평범한 인간인 것같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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