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166…1929년 11월 24일 (17)

  • 입력 2002년 11월 5일 18시 06분


나는 그녀를 꼭 껴안고 풀 위에 눕혔다. 그녀의 몸 위로 몸을 포개자 내 땀 냄새가 그녀를 폭 감쌌다. 나는 매미 소리를 들으면서 그녀 안으로 들어갔다. 매앰매앰매앰매앰 매앰매앰 매앰매앰 치르르르릇 치르르르릇, 아까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훨씬 더 촉촉하다. 손가락에 손가락을 끼고 두 팔을 벌리고 허리를 움직인다. 매앰매앰매앰, 미끄러지듯이, 매앰매앰매앰, 가라앉듯이, 매앰매앰매앰, 녹아들 듯이, 치르르르릇 치르르르릇, 매미가 울고 있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벌리고 입 속에 담아둔 숨을 토해냈다. 하아, 하아, 하아, 움직일 때마다 숨이 짧아지고, 하, 하, 하, 하, 아, 아, 아, 소리가 뒤섞이면서 그녀가 무릎을 파들파들 떨었다. 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물었다.

아프나?

…아닙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지켜보면서 조심조심 허리를 움직이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지자 움직임을 빨리 했다. 올라가려는 순간, 그녀가 눈을 뜨고 내 눈을 쳐다보았다. 모든 것을 묻고, 모든 것을 요구하는 섬뜩한 눈길이었다.

내내 함께지예?

여부가 있나.

죽을 때까지?

죽을 때까지.

헤어지지 않지예?

절대 그런 일 없다.

약속해예.

약속한다.

한 눈 팔면 안됩니다.

그녀는 두 팔로 내 등을 부둥켜안았고 나는 그녀의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태양을 똑바로 쳐다본 때처럼 눈부신 금색 빛이 등뼈에서 정수리를 향하여 내달리고, 그 빛과 울고 싶고 웃고 싶은 마음이 뒤죽박죽 섞이고, 그녀의 숨소리와 매미 울음소리가 한 데 뒤엉켜, 아아아아, 치르르르릇 치르르르릇, 아아아아아, 치르르르릇, 아아, 치르르릇, 아아, 치르르릇, 나는 그녀 안에서 사정했다.

강에서 돌아온 그녀는 댕기머리를 풀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빗었다. 머리칼을 두 손으로 끌어올렸을 때 드러난 하얀 유방을 보는 순간,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는 감개가 들끓었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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