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코리아텐더 “남은건 오기”

  • 입력 2002년 10월 24일 15시 57분


단체 훈련복이 제때 나오지 않아 각기 다른 운동복을 입은 코리아텐더 선수들이 23일 SK나이츠와의 연습경기에서 이상윤 감독대행의 지시를 듣고 있다. 김종석기자
단체 훈련복이 제때 나오지 않아 각기 다른 운동복을 입은 코리아텐더 선수들이 23일 SK나이츠와의 연습경기에서 이상윤 감독대행의 지시를 듣고 있다. 김종석기자
프로농구 코리아텐더 선수들은 시즌 개막이 코 앞에 닥친 요즘도 경기도 용인 구성면의 숙소 근처 야산으로 산보를 다닌다. 여유가 있어서일까. 천만에…. 체육관이 없어 훈련을 하고싶어도 못하기 때문이다.

모기업의 재정난으로 구단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코리아텐더가 겪는 서러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전엔 산보 등으로 시간을 죽이다가 오후에 경희대 명지대 체육관 등을 전전하며 눈치훈련으로 겨우 손발을 맞추는 정도다. 야간 개인훈련은 꿈도 꾸지못할 처지. 연습경기가 있는 날에는 상대팀보다 30분 일찍 경기장에 도착해 모처럼 슈팅연습을 한다.

그 뿐이 아니다. 다른 프로팀엔 다 있는 웨이트트레이닝장이 없어 한 사설 헬스클럽에 다닌다. 아주머니 회원들과 같이 운동하기가 여간 거북하지 않다.

그래도 코리아텐더 선수들은 26일 개막하는 프로농구를 손꼽아 기다린다. 구단이 팀의 기둥이나 다름없었던 전형수를 시즌 개막을 이틀 앞두고 다시 모비스로 넘겼지만 “남은 우리라도 힘을 합치자”고 결의를 다짐하고 있다. 성적이 괜찮아야 구단이 다른 기업에 매각되기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팀에 웬 헝그리 정신?’ 할지 모르지만 코리아텐더 선수들은 다르다. 훈련복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가지각색의 티셔츠를 입고 연습해야 하는 마당에 믿을 건 정신력 밖에 없지 않느냐는 절박한 심정이다.

영업사원 출신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이상윤 감독대행은 “악조건 속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안쓰럽지만 분위기와 의욕만큼은 어떤 팀보다 좋다”고 말했다. 인기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떠올리게 하는 코리아텐더는 23일 SK나이츠전에서 92-86으로 이기는 등 최근 다른 프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9승2패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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