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경제팀 너무 손발 안맞는다

  • 입력 2002년 10월 20일 18시 32분


안팎에서 경제위기를 경고하고 있으나 경제정책 책임자들의 행태는 한가롭다. 대비책을 찾기보다는 임기응변으로 넘어가려 들고 경제장관간에 손발도 맞지 않는다. 이러다간 외부의 충격이 다가오기도 전에 우리 경제가 제풀에 주저앉지 않을까 걱정이다.

우선되는 걱정은 경제팀의 상황인식이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것이다. 전윤철(田允喆)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최근 “내년에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는데 어떤 근거에서 그렇게 주장하는 건지 의문이다. 바로 하루 전에 재경부 산하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발표한 ‘한국도 내년에 디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요지의 보고서와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박승(朴昇) 한국은행총재가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안으로는 인플레이션이 걱정이고 밖으로는 디플레이션이 우려되어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보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지금 경제팀이 할 일이다. 경제장관들이 조율도 되지 않은 어설픈 내용을 제 자랑하듯 말하는 것은 위기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 이라크 전쟁 가능성에다 북한 핵이라는 돌출변수가 불거져 나와 경제가 상당히 예민한 상황에서 경제정책가들의 돌출발언은 위험하다.

경제부처간의 정책조율도 난맥상이다. 재경부나 금융감독원의 행정지도로 책정된 신용카드 수수료나 자동차보험료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벌금을 물리는 웃지 못할 촌극을 벌이고 있다. 법원도 공정위의 조치에 대해 잘못이라는 판결을 내리고 있으니 공정위가 불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경제팀장격인 경제부총리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경제관료들은 제각각인데 정책을 조정해야 할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요즘 존재 여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경제를 잘 챙겨 국정을 마무리하겠다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약속을 실천하려는 경제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