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녹색 희망´, ´휴머니즘의 옹호´

  • 입력 2002년 10월 18일 17시 44분


◇녹색 희망/알랭 리피에츠 지음 박지현 허남혁 옮김/203쪽 1만2000원 이후

◇휴머니즘의 옹호/머레이 북친 지음 구승회 옮김/440쪽 1만5000원 민음사

“적색에서 멀어지고 있는 나의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은 점을 말하고 싶다. 적색을 변화시키겠다는 허망한 꿈을 좇거나 협소한 적색과 녹색 그룹의 주변에 머무르기보다는 생태주의자들과 함께 사회적, 전 세계적 차원의 노력을 강조하는 녹색 패러다임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억압받는 자들의 투쟁에 대한 신의를 지키는 길이라고 나는 믿는다.”

좌파 경제이론가에서 프랑스 녹색당의 경제정책이론가로 변신해 현재 녹색당의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알랭 리피에츠는 ‘아직도 생태주의자가 되길 주저하는 좌파 친구들에게’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는 다양한 요구가 공존하는 현대 사회에서 정치적 생태주의야말로 각자의 희망을 조화시키는 틀이 될 수 있으며, 녹색 정치가 그 기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녹색정치는 연대의식, 자율성, 생태관에 입각한 책임의식, 억압받는 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가치체계와 함께 생태적 발전,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녹색’이 ‘적색’과 명백하게 다른 점은 투쟁해야 할 적이 한 두 개가 아닌 여러 개이며 구체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중요한 적은 각자의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 목표는 논쟁적인 길을 통해 전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사회생태론자 또는 에코-아나키스트로 널리 알려진 머레이 북친의 저서는 리피에츠가 지적하는 마음 속의 적을 논파하는 데 유용하다. 북친은 생태 운동 분야에 널리 퍼진 갖가지 이론들을 논파하며 그 안에 내포된 반인간주의와 반이성주의를 조목조목 파헤친다.

가이아이론 사회생물학 신맬서스주의 등에 따르다 보면 인간의 고유한 가치를 잠식하고 인간을 하루살이와 동등한 존재로 간주하게 되고, 생태신비주의 원시주의 기술공포론은 문명에 대한 경시 또는 혐오에 빠져들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포스트모더니즘이나 반과학론은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분해 주는 ‘이성’을 경시한다고 비판한다.

이런 그의 비판은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인간의 잠재력, 즉 ‘이성적’ 능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그는 이 책에서 직접 인류사를 개관하면서 독자들에게 이를 확인시켜 준다.노동자 출신의 학자로 이제 학문적 실천의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의 ‘이성적’이란 개념은 추상적 철학적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생태계에 대한 책임감, 공동체, 연대라는 개념을 포함하는 ‘살아 있는 합리성’을 뜻한다. 이 지점에서 북친의 이론은 다시 리피에츠의 실천과 만난다.

김형찬기자 철학박사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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