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벨상 로비설 개운치 않다

  • 입력 2002년 10월 10일 18시 02분


노벨평화상 로비설은 여러모로 우리를 당혹케 한다. 노벨상은 김대중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분단과 대결의 질곡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 전체에게 수여된 상이라는 점에서 논란 자체가 거북하다. 노벨상은 로비나 해서 받을 수 있는 가벼운 상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기에 더욱 그렇다. 로비설 논란은 노벨상 수상 국가로서 스스로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

한때 김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최규선씨(미래도시환경 대표)가 98년에 작성한 문건과 이후 그의 행적에 조직적 기획로비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은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이른바 ‘M프로젝트’와 ‘블루 카펫 프로젝트’ 추진계획 문건의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고 그 중 일부는 계획대로 실행됐다. 또한 1987년 이후 14년 연속 후보에 올랐던 김 대통령의 노벨상에 대한 집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우리도 과거 수상자들이나 후보자들의 전례로 볼 때 세계 평화를 위한 자신의 기여를 홍보하는 정도의 로비는 필요했을 것이라고 이해한다. 그러나 최씨의 문건은 그런 수준을 넘어섰을 것이라는 의혹을 낳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재계의 해외 인프라 및 인맥과 물적자원 활용’이라고 한 대목은 로비를 위해 정부가 배후에서 공권력과 행정력을 동원하라는 얘기나 다름없지 않은가.

‘기여가 먼저이고 상은 나중이어야’ 하는데 선후가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것도 우리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만약 노벨상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햇볕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다가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겪고 부작용을 초래했다면 단순히 도덕적 비난만으로 용납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원 대출과 관련한 대북 뒷거래 의혹도 같은 이유로 논란이 되고 있지 않은가.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투명성만 지켰더라도 노벨상 로비설이나 대북 뒷거래 의혹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국민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노벨상 로비설의 진상이 밝혀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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