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가 올라봐야 得될것 없다"

  • 입력 2002년 10월 9일 18시 49분


대부분의 회사들은 자사 주가가 오르기를 바란다. 그러나 모든 회사들이 주가가 오른다고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증자를 할 때 유리하고 신용도도 높아지며 회사 이미지도 좋아진다. 그러나 이런 혜택이 있는데도 의외로 주가가 오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

▽올라봐야 좋을 것 없다〓1999년 한때 주가가 80만원에 육박하며 황제주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태광산업. 최근 주가는 10만원대 초반으로 곤두박질쳤지만 이 회사는 기업설명회(IR) 한번 하지 않았다.

지난해 이 회사에 장기투자한 한 외국계 펀드가 배당이 적다는 이유로 항의하자 태광산업은 “자꾸 시비를 걸면 차라리 상장을 폐지하겠다”고 맞불을 놓아 투자자를 놀라게 했다.

남양유업은 1978년 상장 이후 제대로 된 기업설명회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주식 유통물량이 워낙 적어 “무상증자나 액면분할을 통해 주식 유통물량을 늘려 달라”는 요구가 있지만 회사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지난해 증권거래소가 “유통물량이 너무 적으면 관리종목으로 편입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아직 아무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롯데칠성 롯데제과 롯데삼강 등 롯데 관련 회사와 동서식품의 모회사인 동서, 목재 만드는 회사인 선창산업 등도 주가에 신경 쓰지 않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아쉬울 게 없다〓역설적이지만 주가에 신경을 안 쓰는 회사일수록 우량주인 경우가 많다. 실제 태광산업 남양유업 롯데칠성 동서 등은 모두 현금이 남아 넘칠 정도로 장사를 잘한다.

주가가 높으면 증자할 때 더 많은 자금을 얻을 수 있어 회사에 유리하지만 이들은 돈이 많기 때문에 증자를 할 이유가 없다. 태광산업은 1988년 이후 한번도 증자를 하지 않았고 남양유업도 상장 이후 1987년 단 6억원 증자한 것 외에 증자가 없었다.

주가가 오르면 회사 이미지가 좋아진다는 말도 이들 회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경쟁업체와 시장점유율을 치열하게 다투는 회사는 주가 상승으로 이미지가 높아지면 덕을 본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경쟁자가 없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서울대투자연구회 김민국 회장은 “증시에 상장했다는 것은 회사의 이익과 위험을 일반 주주들과 함께 나누겠다는 의미”라며 “아쉬울 것이 없는 회사라도 일단 상장을 하면 주가가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도리”라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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