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늘이 두 쪽 나도…"

  • 입력 2002년 10월 3일 18시 18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부인 한인옥(韓仁玉)씨가 당의 ‘의원 지구당위원장 단체장 광역의원 부인 연찬회’에서 “하늘이 두 쪽 나도 대선에서 이겨야 한다”고 한 말이 논란을 빚고 있다. 물론 당원 부인들에게 대선 승리의 굳은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한 말이겠지만 이 표현은 자칫 심각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선 후보자 부인의 말로는 부적절했다.

한씨는 이 말에 앞서 “그동안 가슴이 찢어지고 막막한 심정이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을 둘러싸고 벌어진 오랜 논란에 어머니로서 마음고생이 얼마나 컸겠는가 생각하면 이 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더구나 이른바 병풍(兵風)을 몰고 온 ‘김대업 테이프’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으니 더욱 기가 막히고 울화가 치밀리라는 점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하늘이 두 쪽 나도…’에까지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는 않는다. 지자체장 부인들이 있는 자리에서 관권선거를 부추긴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점은 2차적인 문제다. 그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은 그 말에서 ‘정치보복’의 냄새가 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극에 달한 정쟁(政爭)의 연속에서 정권이 바뀌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것이 세간의 우려다. 그런 터에 유력한 대통령후보의 부인이 한(恨)이 맺힌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그 사정이야 어떻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이회창 후보 자신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자신이 집권하더라도 정치보복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다짐해 왔다. 그것은 국민에 대한 공약으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후보 부인이 아무리 개인적인 심경이라고 해도 정치보복의 뉘앙스가 풍기는 발언을 해서야 남편인 후보에게도 전혀 득될 게 없을 것이다. 한씨는 대통령후보 부인으로서 자신의 말에 신중해야 한다. 이번 발언에 대해 진솔하게 해명하고 사과하는 것도 불필요한 파문을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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