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업씨와 검찰수사팀]'전략적파트너'에서 결별단계로

  • 입력 2002년 10월 3일 18시 11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의 장남 정연(正淵)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金大業)씨의 주장과 그가 제시한 증거들의 허점이 계속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팀과 김씨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김씨와 한나라당의 명예훼손 혐의 맞고소 고발 사건이라는 사안의 성격상 검찰 입장에서 김씨는 한쪽 당사자이지만 수사 초기 수사팀은 김씨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김씨가 각종 병역비리 수법에 통달한 전문가인데다 병역비리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인 녹음테이프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

실제 김씨는 병적기록표 작성 과정이나 절차 등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수사팀 관계자들에게 정연씨 병적기록표의 문제점에 대해 참고인 진술 형식으로 몇 시간에 걸쳐 직접 설명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병역비리가 있었다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려는 김씨와 그런 김씨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려는 수사팀의 이해관계가 맞았던 것.

당시 김씨는 기자들에게 “수사팀이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여러 차례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밀월관계는 김씨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증거가 하나둘씩 나오면서 급속히 얼어붙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김씨가 두 차례에 걸쳐 제출한 테이프에서 결정적인 결함이 발견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

검찰은 현재 김씨가 제기한 의혹 전반에 대해 과연 근거가 있는 것인지를 따지면서 의심의 눈초리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실제 병역비리가 있었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김씨가 왜 계속 말을 바꾸는지, 김씨의 주장 가운데 객관적으로 믿을 수 있는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세밀한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

“더 이상 김씨의 말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검찰 관계자의 말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반면 김씨는 “검찰이 처음과 달리 제대로 수사를 안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김씨는 2일 본보 기자에게 “관련자들의 해명만 듣고 추궁은 하지 않는 방식의 수사에서 무엇이 밝혀지겠느냐”면서 “검찰이 나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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