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에 김영호의 어깨는 무거울 수 밖에 없다. 대회가 시작되는 29일 오후 한국의 첫 금메달이 그의 종목인 남자 플뢰레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면 한국의 금메달 레이스도 그만큼 순풍에 돛을 달 수 있다.
김영호가 누구인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그는 맨손으로 기적을 일궈냈다.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펜싱장에 태극기를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걸게 하며 한국 펜싱의 역사를 다시 썼다. 하지만 올림픽 이후 유명세에 시달리면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번 대회는 이래저래 명예회복의 무대다. 우선 올림픽 영광을 재연해야 한다. 98년 방콕대회에서 은메달에 그친 아쉬운 기억도 말끔히 털어 내고 싶다. 절친한 친구인 마라톤 대표 이봉주(삼성전자)와의 약속도 지켜야 한다. 자신이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뒤 대회 폐회식이 열리는 다음달 17일 이봉주는 마라톤 월계관으로 마지막을 장식하자고 서로 새끼손가락을 건 것.
벼락같이 상대의 뒤편 어깨를 찍어버리는 주무기 ‘쿠페’ 기술은 노출됐지만 여전히 알고도 당할 정도. 또 다양한 응용 동작까지 갈고 닦아 기술은 더 이상 오를 데가 없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김영호의 라이벌로는 10년간 아시아 정상을 다투었던 중국의 왕하이빈. 상대 전적 2승2패로 맞선 왕하이빈은 방콕대회에서 김영호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또 올 7월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리스트인 중국의 신예 장지도 경계대상으로 꼽힌다.
온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된 김영호는 “경기 당일 실수를 줄인다면 고생한 보람을 찾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영호와 함께 남자 플뢰레의 김상훈(울산시청)도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또 남자 플뢰레와 같은 날 잇달아 벌어지는 남자 에페에서도 8월 세계선수권 동메달리스트 구교동(울산시청)과 이상엽(부산시체육회)이 우승을 노린다.
부산〓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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