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G/럭비]럭비대표팀 용환명 “아시아경기 2연패 자신”

  • 입력 2002년 9월 18일 17시 49분


럭비에서 한국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용환명(30·삼성SDI·사진)이 만약 뿌리가 비슷한 축구를 했다면 지금쯤 어떤 대접을 받고 있을까?.

용환명은 98방콕아시아경기대회 당시 한국 럭비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꺾고 7인제와 15인제를 모두 우승시킨 주역. 당시 온 국민은 럭비의 쾌거를 기적이라고 칭찬했고 선수들은 생애 처음으로 광고에 출연하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럭비가 ‘비인기 소외종목’이란 제자리로 돌아가는 데는 채 한달이 걸리지 않았다.

방콕대회가 끝난뒤 4년이 흐른 지금 용환명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용환명이 가장 서글픈 것도 바로 이런 국민들의 무관심이다.

그러나 부산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국군체육부대에서 합숙훈련중인 용환명의 얼굴은 밝았다. 입으로는 연신 “무관심이 안타깝다.서운하다”고 했지만 훈련모습은 진지했고 얼굴엔 생기가 넘쳤다.

용환명은 “럭비가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용환명은 중학교때 육상선수로 운동과 인연을 맺었은뒤 럭비와 인연을 맺은뒤에는 그 재미에 빠져 단 한번도 한눈을 판 적이 없었다. 이런 열성이 1m76,75kg의 럭비선수로는 그다지 우람하다고 할 수 없는 그를 한국 최고 선수로 키운 원동력이 됐다.

용환명의 포지션은 풀백. 백을 맡고있는 5명의 선수중 리더로 빠르고 킥이 정확해야 한다.용환명이 처음부터 풀백이었던 것은 아니다. 중학교때 포워드를 맡았지만 키가 자라지 않아 윙으로 포지션이 바뀐뒤 연세대 시절부터 풀백으로 활약하고 있다.

포지션상 그라운드에서 동료들의 가장 뒤에 서는 용환명은 공을 잡은뒤 상대 선수들의 밀집수비 사이를 요리조리 뚫고 전진하는 것에서 강한 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국내대회에서 소속팀에 우승컵을 밥먹듯이 안긴 용환명에게도 ‘아시아 최강’ 일본은 언제나 높은 벽이다. 대학 4년때인 94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했던 용환명은 결승에서 일본에 패하며 일본을 뛰어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했다. 98방콕아시아경기대회에서 일본을 꺾은 것이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일본전 승리였다.

하지만 용환명은 여전히 자신만만하다. 일본전은 실력만으로 승부가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그가 내놓은 이유.

용환명은 “일본전에는 언제나 벼랑 끝에 선 기분으로 나선다. 실력은 물론 정신력이 강한 팀에 승산이 있다”며 “사실상 국가대표로서 마지막인 이번 대회에서 꼭 2연패를 달성하고 싶다”고 결의를 다졌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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