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고상돈 특별상

  • 입력 2002년 9월 16일 18시 03분


매년 9월 15일은 '산악인의 날'.

지금으로부터 25년전인 1977년 9월 15일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고상돈씨(당시 29세)가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해발 8848m) 정상에 오른 것을 기념해 이듬해부터 이날을 ‘산악인의 날’로 제정했다.

당시 오른손에 태극기를 들고 “여기는 정상, 더 오를 곳이 없다”라고 무전기로 타전한 고상돈씨는 유신치하에서 신음하던 국민들에게 크나큰 희망을 주었다. 올해 축구가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을 때 받았던 감동의 원조격이다.

올해 ‘산악인의 날’엔 뜻깊은 일이 있었다. 다름아닌 매년 시상하는 대한민국 산악상에 ‘고상돈 특별상’이 처음으로 제정된 것.

첫 수상자엔 히말라야 8000m급 12개 등정에 성공한 한왕용씨(39)가선정됐다. 한씨는 ‘고상돈상’이라는 말에 네팔에서 단숨에 달려왔고, 고상돈씨의 미망인 이희수씨(51)가 직접 금일봉을 전달했다.

이씨는 79년 5월29일 남편 고상돈씨가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1m) 정상에 오른 뒤 하산 길에 웨스턴리브 800m 빙벽으로 추락, 유명을 달리한 이후 일절 공식행사에 참석한 적이 없다.

대전에서 의상실을 운영하며 외동딸(대학4년)을 올곧게 키우는데만 신경을 써왔다.

그러나 남편을 기리는 상을 제정한다는 말을 듣고 만사를 제처놓고 상경했다. 눈가에 물기가 촉촉해진 이씨는 “남편의 크나큰 도전정신을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며 “25년이 지났지만 남편을 생각해주는 산악인들이 많아 그이는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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