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만우/공자금 부당지원 얼마인가

  • 입력 2002년 9월 11일 18시 38분


공적자금의 국정조사를 앞두고 국민의 기대가 상당하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전체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지원된 공적자금 덕택으로 이 정도의 경제안정을 되찾은 공을 부인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그 공에 비해 공적자금 지원에서 감독에 이르는 운용의 전 과정에서 시행착오나 도덕적 해이 또한 적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공과 때문에 국정조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공은 더욱 장려하고 과는 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향후 국가 경제정책의 초석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모처럼 국회가 국민의 대변인임을 입증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퇴출기업 선정 적정성 검증을▼

첫째, 공적자금의 정책수립 및 전반적 운용과정에서의 기본원칙 및 이의 일관된 실천 여부를 검증하고 나아가 운용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도 심도 있게 조사해야 할 것이다. 부실금융기관의 평가와 관리가 투명하게 이루어졌는지, 시장원리에 입각해 퇴출시스템이 작동했는지,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에 대해 엄격한 성과 평가에 기초해 추가자금이 투입되었는지, 공적자금 규모의 추계, 투입시기, 투입대상 선정과정에서의 시행착오 등을 실사해 그 개선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둘째, 공적자금이 투입된 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공적자금이 적절하게 지원되었는지 여부와 함께 기업의 도덕적 해이는 어느 정도였는지를 평가해 응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정밀한 사전 조사와 충분한 자료 검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성원건설의 경우 수천억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이 부당하게 지원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2, 제3의 성원건설의 경우는 존재하지 않았는지 대다수 국민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셋째, 공적자금 손실은 궁극적으로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는 데도 국회의 감시·감독체계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아 국회 차원의 사전, 사후 감독 기능이 공백상태에 있다. 공적자금 운용에 대한 감독이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행정부에 실질적으로 집중되어 있어 감독상 견제·균형체계가 미흡한 실정이다. 행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공적자금 운용에 대한 견제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국회 소속으로 전환하는 방안과 함께 실질적인 심사·조정·평가기능을 부여하는 개혁방안 또한 연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정부는 7월 중순 ‘공적자금 성과와 상환대책’을 발표했다. 투입된 공적자금이 애초에 예상했던 64조원의 2.5배에 이르고 회수 실적이 당초 계획에 크게 미진한 데도 불구하고 상환대책이 지나치게 낙관적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국정조사에서는 상환대책의 실현가능성과 함께 중장기 재정건전화 방안도 동시에 검증되어야 한다.

공적자금 원리금 상환이 올해부터 본격화돼 2003∼2006년 중 원리금 상환은 연평균 25조원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국가재정으로 상환할 경우 예산의 20% 이상을 차지하게 됨에 따라 정부는 공적자금 상환용 국채를 발행해 국채 원리금 상환을 위해 예산에서 매년 2조원가량을 향후 25년간 사용할 예정이다. 나머지 20조원의 손실은 금융기관의 특별보험료 인상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지난 4년간 사회보장 및 사회복지 관련 예산이 전년 대비 20% 이상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재정건전성은 악화일로에 있다. 국민·공무원·군인 연금 등 4대 연기금의 재정 악화, 의약분업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의 어려움,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남북경협에 따른 재정수요 등을 고려할 때 그동안 정부의 수입증대 방안으로 추진해왔던 조세감면 축소와 재정지출 절약 등의 세출축소 방안으로는 공적자금 상환과 재정건전화를 이루기 어렵다.

▼상환대책도 제대로 따져야▼

세계화와 개방화의 진전에 따른 금융자본의 국제간 이동규모 및 속도의 증가 등 대외상황변화에 따라 불확실성이 늘어나고 금융 및 외환정책의 유효성이 격감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재정건전성의 조속한 회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의 급속한 진입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공적자금은 성장잠재력을 복원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공적자금 상환과 건전재정의 조속한 달성은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성장잠재력의 훼손 여부를 가늠할 중차대한과제다. 이번 국정조사가 국가재정 건전성의 중요성을 재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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