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이용섭/침수 공군기지 복구에 최선

  • 입력 2002년 9월 11일 18시 14분


태풍이 몰아쳤던 현장에서 사랑하는 전투기와 기지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공군 전투조종사로서 부대를 대표해 몇 자 적고자 한다. 우리 부대 역시 8월30일 태풍 ‘루사’의 예보를 받고 ‘위기조치반’을 24시간 가동했다.함으로써 전 부대원들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31일엔 비행장 내의 해안쪽 외곽도로 2개소를 절단해 배수로를 확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상 유례가 없던 900㎜의 폭우와 인근 하천의 범람, 상류 저수지의 붕괴 등 겹쳐진 악재로 부대의 침수 수위는 30분 만에 0.5∼1.5m에 이르렀다. 가슴까지 차 오르는 급류 속에서 버틸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악전고투하며 장비를 옮기던 중 일부 장병은 현장을 미처 벗어나지 못해 나무 위로 대피하는 등 이튿날 구조될 때까지 죽음과 맞서 싸우기도 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구입한 값비싼 무기를 운용하는 군인으로서 모든 전투력을 완벽하게 보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천재지변에 의해 피해를 본 것에 대해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부대의 전 장병은 비상식량을 먹어가며 단전 단수라는 최악의 조건에서도 전투력을 최단시간 내에 복원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서 최선을 다해 전투력을 복구해 다시 영공방위의 임무완수를 위해 출격할 것을 약속드린다.

이용섭 강릉비행단 전투조종사·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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