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몰아쳤던 현장에서 사랑하는 전투기와 기지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공군 전투조종사로서 부대를 대표해 몇 자 적고자 한다. 우리 부대 역시 8월30일 태풍 ‘루사’의 예보를 받고 ‘위기조치반’을 24시간 가동했다.함으로써 전 부대원들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31일엔 비행장 내의 해안쪽 외곽도로 2개소를 절단해 배수로를 확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상 유례가 없던 900㎜의 폭우와 인근 하천의 범람, 상류 저수지의 붕괴 등 겹쳐진 악재로 부대의 침수 수위는 30분 만에 0.5∼1.5m에 이르렀다. 가슴까지 차 오르는 급류 속에서 버틸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악전고투하며 장비를 옮기던 중 일부 장병은 현장을 미처 벗어나지 못해 나무 위로 대피하는 등 이튿날 구조될 때까지 죽음과 맞서 싸우기도 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구입한 값비싼 무기를 운용하는 군인으로서 모든 전투력을 완벽하게 보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천재지변에 의해 피해를 본 것에 대해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부대의 전 장병은 비상식량을 먹어가며 단전 단수라는 최악의 조건에서도 전투력을 최단시간 내에 복원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서 최선을 다해 전투력을 복구해 다시 영공방위의 임무완수를 위해 출격할 것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