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블랙박스]금연바람속에 살아있는 황제

  • 입력 2002년 9월 2일 17시 59분


코미디의 황제 이주일을 대중으로부터 앗아간 장본인은 담배였다. 폐암때문에 아직 한창인 62세에 생을 마감한 고인은 하루에 두 갑 이상 담배를 피웠던 소문난 애연가였다.

하지만 바로 그 담배때문에 모 방송국에서 야심차게 기획했던 코미디 3대 계보 ‘이주일-최양락-남희석’쇼는 무산됐고, 불혹의 나이에 방송에 데뷔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 명의 걸출한 희극인은 무대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국립암센터는 금연홍보대사였던 이주일의 투병 생활이 국민들에게 끼친 영향력을 인정해 치료비를 받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담배가 뭐가 좋아 피우냐며 소탈하게 금연을 호소했던 그의 생애 마지막 공익광고는 수많은 남성들이 금연 선언을 하게끔 만들었고 실제로 한국 담배인삼공사의 담배 매출액이 현격히 줄기도 했다.

고인의 영향으로 최근 젊은 스타들 사이에서도 금연 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이미 1년 전 본인의 의지로 하루아침에 담배를 끊어버린 박중훈도 하루에 두 갑 이상을 피던 골초였으나 이제는 차 안에서 동행자가 담배를 피우면 슬그머니 창문을 열고, 자신에게 오는 담배 연기를 피할 정도로 철저한 논스모커(Non-smoker)가 됐다.

비흡연자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사실 담배를 끊는다는 것은 웬만한 의지로는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여성들 사이에서는 담배 끊는 남자는 독종이니 만나지 말라는 말까지 있다고 한다. 박중훈과 절친한 안재욱은 골초였던 박중훈이 금연한 것에 자극을 받아 금주를 계획하고 있다. 소문난 주당인 그가 술을 안 마신다는 말에 주위에서는 반신반의하지만 굳은 의지만 있다면 가능할 듯도 싶다.

배용준은 현재 5일째 금연에 접어들었는데 의외로 잘 버티고 있다. 대부분의 스타들은 ‘라이트’(순한 담배)를 피는 반면 혼자 독한 ‘미디엄’을 고수할 정도로 애연가인 김승우도 슬슬 담배를 미워하기 시작해 1일 흡연량을 줄이고 있다.

잠에서 깨면, 식사를 마치고 나면, 화장실에 갈 때면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워 무는 장동건도 애연가의 한 사람이지만 아침이면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싫어 담배를 끊을 것을 고려중이다.

이미지상으로는 담배를 피울 것 같지 않은 안성기 한석규 이성재도 금연의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아직은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급히 먹는 자장면이 가장 맛있는 것처럼, 군대에서 훈련 도중 10분간의 휴식 시간에 피워 무는 한 개비의 담배 맛을 아는 남자라면 사실 금연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손지창이나 차태현처럼 아예 담배를 배우지 않아 맛을 모르는 스타들은 작품 속에서 담배 피우는 장면이 나올 때 다소 힘들긴 하지만 이를 빼면 모든 면에서 좋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도 상쾌하고, 머리도 무겁지 않으며, 가래도 없어지고, 뛰어도 힘들지 않다는 것이 담배를 끊은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담배는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금연 여부는 본인이 결정할 문제지만 자신의 의지를 시험해보기 위해서라도 한번쯤 끊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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