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꿈의 여름스키…"계절을 잊는다"

  • 입력 2002년 8월 21일 18시 32분


지금 한창 피크시즌을 맞은 ‘호주알프스’로 불리는 폴스크릭 스키장 풍경. 해발 1500m의 산 정상에 넓게 펼쳐진 설원은 눈덮인 모든 곳이 스키를 탈 수 있는 슬로프다.호주 빅토리아주 폴스크릭〓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지금 한창 피크시즌을 맞은 ‘호주알프스’로 불리는 폴스크릭 스키장 풍경. 해발 1500m의 산 정상에 넓게 펼쳐진 설원은 눈덮인 모든 곳이 스키를 탈 수 있는 슬로프다.호주 빅토리아주 폴스크릭〓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한여름 설산에서 스키라. ‘호사’라 불려도 할 말없을 ‘돌출피서’임에 틀림없다. 허나 스키마니아에게도 그럴까. 글쎄. 평생의 꿈, 인생의 목표라 해도 좋을 텐데. 춘삼월 팥빙수 눈밭에서 스키 바인딩을 풀 때의 섭섭함, 장장 8개월이나 계속되는 ‘여름잠’의 고통, 그 갈증을 스키비디오 하나로 가라앉히는 인내. 그런 속내, 스키에 미쳐보지 않고는 모른다. 》

지난 2일 싱가포르에서 창이국제공항. 멜버른행 싱가포르항공(227편) 탑승수속을 위해 줄을 섰다. 적도 바로 위 상하(常夏)의 나라. 스키장비는 이목을 끌 수 밖에 없다. 7시간반의 야간비행 끝에 도착한 멜버른. 폴스크릭행 셔틀버스(파일스 코치)는 공항터미널에서 출발했다.

멜버른 동북방 산악의 폴스크릭 스키장은 345㎞나 떨어져 있었다. 승용차로 4시간반, 버스로 5시간반이나 가야한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았다. 내내 푸른 초원에서 소와 말, 양이 풀을 뜯는 목장풍경이 떠나지 않은 덕이다.

신대륙 호주의 이민사를 들여다 보면 재미있다. 고향떠나 신천지 찾은 사람들. 대부분 제 살던 곳과 비슷한 곳을 찾아 정착한다. 험준한 산악의 폴스크릭도 마찬가지다. 좋은 기후, 넓은 땅 두고 굳이 험준한 산악찾아 예까지온 개척민들. 대부분 알프스의 산악지방 출신들이라니.

마운트뷰티 마을을 지나고 나면 산악으로 들어선다. 하늘을 가릴 만큼 우거진 숲으로 뚫고 버스는 산을 올랐다. 구절양장 고갯길. 한시간만에 표고차 1200m의 산악도로를 오르니도로가에 눈이 보였다. 폴스크릭이었다. 설산의 눈덮인 산기슭에 깃든 작은 마을. 온통 눈밭이었다.

100년전 알파인스키가 태어난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암알베르크(티롤주)에 온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파른 산비탈에 들어선 눈마을. 눈덮인 마을 비탈길로 설상차가 오갔다. 걷는 사람 보다는 스키어, 스노모빌을 탄 사람이 더 많다. 숙소로 가기위해 설상차를 탔다.

이런 마을을 예서는 ‘스키인 스키아웃’(Ski-in ski-out) 빌리지라 불렀다. 현관에서 스키를 신고 벗는다는 이 말. 온통 눈밭의 산중턱 비탈마을인 탓에 가능한 일이다. 스키를 들고 다니지 않으니 스키어에게는 천국인 셈. 30분∼2시간씩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뉴질랜드 스키장과는 천지차다. 지구상에 몇 안되는 스키인 스키아웃 빌리지. 스키가 신발, 스노모빌이 자가용되고 버스 택시 역시 바퀴대신 캐터필러 장착한 설상차(Oversnow Vehicle)인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상차 택시가 내려준 곳은 산중턱(해발 1250m)의 넬스롯지(Nelse Lodge). 이름만 숙소지 접수대조차 없는 가정집 같은 산장이다. 현관 입구의 스키보관실과 건조실(젖은 장갑 옷을 말리는 곳)부터 눈에 들어왔다. 신고 벗기 편하게 여기에 둔 것이다. 실내는 거실겸 식당으로 이어졌다. 벽난로의 장작불로 따뜻한 실내. 창밖은 온통 눈밭. 쌓인 눈에 창문이 반이나 가렸다.

드디어 스키를 신고 집앞 내리막길로 골목을 달려 리프트에 올랐다. 날씨는 쾌청, 기온은 8도. 정상의 고도는 해발 1500m. 온통 하얀 눈밭이 펼쳐졌다. 스키장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온통 눈밭인데다 어디든 눈쌓인 곳이면 타고 내려올 수 있는 자연슬로프였기 때문.

슬로프의 표고차는 200∼300m, 경사도는 용평리조트의 골드와 레드급이 대종이었다. 비기너와 인터미디어트(중간) 스키어가 즐기기에 좋아 보였다. 정설된 트레일은 폭이 30∼40m나 돼 고속도로 같았다. 거기서 카빙롱턴으로 감속없이 크루징했다. 충돌염려없이 이렇듯 마음껏 롱턴을 해본 것이 얼마만일까.

블랙코스(상급자용)로 옮겼다. 가파른 경사에 온통 모굴로 이뤄진 슬로프. 한겨울에도 푸른 잎 무성한 스노검트리 숲속의 빌리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오프피스트(트레일 밖의 눈밭)의 눈은 훨씬 깊다. 딥스노 스키잉의 매력을 느끼기에 좋았다.

스크릭에만 있는 특별한 서비스. 그것은 인근의 마운트 호섬을 오가는 헬기다. 자동차로 2시간 걸리는 곳이지만 트레일 정상에서 헬기를 타면 단 6분만에 간다. 마운트호섬은 해발고도가 폴스크릭보다 높아 설질이 좋고 슬로프는 짧아도 무척 가파른 곳이라 상급자가 즐기기에 좋은 곳. 리프트도 폴스크릭 스키어에게는 무료다. 헬기탑승료만 69달러(왕복). 5시간 스키를 즐긴다.

스키후에 즐기는 ‘애프터 스키’(After ski)는 스키여행의 또 다른 매력. 사우나와 수영, 그리고 멋진 디너와 와인이 그 핵심이다. 롯지내 실내 자쿠지(온탕)에서 근육의 피로를 풀고 사우나에서 휴식후 수영을 즐겼다.

그리고 거실의 벽난로 앞에 모여 서서 와인을 들며 잡담도 나눈다. 세코스의 디너는 이곳 빅토리아주의 다양한 와인을 맛보기에 좋은 자리. 매일 저녁 다른 와인을 골라 마시는 즐거움을 어디에 비할까.

폴스크릭(호주)〓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폴스크릭 스키장 안내

올스키 시즌은 6월 8일∼10월 6일. 성수기는 8월 3일∼ 9월 1일. 홈페이지(www.fallscreek.com.au) 참조. ◇찾아가기 ①파일스(Pyle’s)코치(www.buslines.com.au/pyles)〓멜버른(시내·공항), 올버리(공항)↔폴스크릭 정기운행. 멜버른 왕복 186달러(이하 호주달러). ②항공〓싱가포르항공(인천∼싱가포르∼멜버른)은 90만원, 대한항공(인천∼시드니∼올버리∼멜버른∼시드니∼인천)은 138만원. ◇리프트요금(성수기)〓△성인 78 △학생(15∼18세) 66 △어린이(6∼14세) 41달러. ◇롯지(★★★급) ①넬스(www.nelselodge.com/au)〓객실 12개(침대 46개). 사우나 실내풀 자쿠지. 오스트리아풍의 산장형 롯지. 가정집처럼 차분하고 깔끔한 분위기. 퓨전과 정통 유럽스타일에 능통한 젊은 셰프(요리사)의 깔끔한 요리 일품. 아침식사로 토스트 계란프라이 햄 제공. ②하일리스(Halley’s)〓전혀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지은 40년된 전통 목조산장. 스키대여소도 병행. 89년부터 리와 배리 로터(부부)가 남매와 함께 운영중. 동양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편히 지낼 수 있다. 음식맛도 훌륭. 실내 당구대와 대형TV 설치. 리프트까지 1분. 두 롯지 모두 패키지(조석식+숙박)도 제공하며 조리시설 갖춘 아파트도 빌려준다.

▼스키 패키지

스키전문 박경숙여행사(www.skiexpress.com)에서 판매. FIT(자유여행)스타일의 에어텔(싱가포르항공+숙식+셔틀버스)이 198만원. 하일리스롯지 5박(스키 4일), 기내 2박의 총일정 8일형. 02-378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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