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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0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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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9일 이틀간 평양에서 열린 북-일 적십자회담 결과를 보는 일본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일본이 크게 기대했던 일본인 납치 의혹 해명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는 실망감이다.
북한의 자세가 달라지긴 했다. 북한은 실종 일본인 49명 중 6명의 생존 여부를 알려주었고, 인민보안성 관계자가 일본 대표단에 그동안의 조사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조사를 계속해 결과가 나오면 즉각 알려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회담 첫날에는 대동강 유람선에 일본측 대표단과 보도진을 초청해 북한 요리를 푸짐하게 대접하기도 했다. 북한측의 한 참석자도 “이런 환대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이후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안부가 확인된 실종자에 납치된 것으로 믿어지는 일본인 11명이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일본 언론은 이들 가족의 입을 빌려 실망과 분노를 나타냈다.
그동안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쌀까지 지원하며 질질 끌려다녔지만 얻은 게 뭐냐는 것이다. 한 자민당 의원은 “돈만 뜯기는 북-일외교는 집어치우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번 회담에서 보여준 북측의 유화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납치문제에 대해 해결의 기대를 갖게 함으로써 쌀 지원을 얻어내려는 거짓웃음”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만큼 북한에 대한 일본의 신뢰는 땅에 떨어져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납치문제의 진전 없이 국교 정상화는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외무성 관계자는 “미국이 본격적인 대북 관계개선에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앞장설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25, 26일 다시 북-일 외무성 국장급 회담이 평양에서 열린다. 일본은 “무슨 큰 진전이 있겠느냐”며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이런 일본을 붙들고 회담에서 뭔가 성과를 거두려면 북한은 신뢰부터 회복해야 할 것 같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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