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저승, 그곳 문지방 넘나드는 이야기'

  • 입력 2002년 8월 16일 18시 00분


□저승, 그곳 문지방 넘나드는 이야기 / 사나소 지음 / 228쪽 1만원 이론과 실천

영혼, 또는 혼백이란 존재는 사람들이 꾸며 만들어 낸 헛것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진정 우리 곁에 존재하며 더불어 살고 있는 것일까?

‘인간 생사에 관한 유별난 보고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저자는 ‘영혼의 존재’에 대해 막무가내로 의심만을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세계 각 국에 존재하는 민속적인 영혼 이야기나 심령술사, 영매들의 이야기, 무엇보다 기독교 불교 등 기성 종교가 밝히는 영혼의 이야기들을 듣는다면 분명 영혼은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저자는 죽음과 영혼, 저승의 문제들에 대해 흥미를 갖고 모은 자료들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저자는 32년 동안 중앙일간지에서 기자와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던 언론인. 순수 한국어 무속 진언(眞言)에서 따온 필명 사나소는 ‘살아나소서’의 줄임말이다.

저널리스트 답게 그는 다양한 종교와 지역, 문화 속에 스며있는 죽음에 관한 다양한 사연들을 재치 있고 감칠맛 나는 글로 풀어나간다. 이 책의 제 1장 ‘저승,천국과 지옥’편은 이렇게 시작한다.

‘신은 수많은 천국과 지옥을 만들어 내고, 인간은 이들을 탐험하느라 지친다.

16세기 인도에서 힌두교와 이슬람교를 비판적으로 통합, 개종(開宗)한 시크교는 앞선 두 종교의 천국과 지옥들을 살펴보는 데도 이처럼 지쳤던 모양이다.’

이어 저자는 천국과 지옥, 영혼, 윤회, 무덤과 그 발굴에 대한 이야기, 신화 속 인물들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 등의 주제를 다루면서 죽음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해 간다. 어느 면에서는 ‘삶과 죽음에 대한 잡학사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삶과 죽음에 대해 정색하고 달려드는 책이 아니란 점에서 읽는 사람에게 주는 부담은 덜하다. 같은 이유로 죽음과 저승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이나 깊이 있는 분석을 기대한 독자라면 조금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죽음을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수확은, 삶에 대한 강한 애착과 그것을 대하는 경건한 태도다. 이 책을 통해서도 우리는 죽음이란 우리 삶과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 함께 존재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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