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위험한 섹스

  • 입력 2002년 8월 15일 18시 30분


무기판매회사들이 미모의 여성로비스트를 고용해 구매결정 권한을 가진 권력자를 대상으로 ‘몸 로비’를 한 스캔들이 선진국에서도 이따금 터져 나온다. 몸 로비스트들이 연예계에서 주가를 높이거나 회고록의 판매수익을 올리기 위해 고위층과의 관계를 폭로하고 나서 권력자들이 망신을 당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한국에서도 린다 김이라는 무기로비스트가 전 국방부 장관과 뜨거운 연서를 주고받는가 하면 그들의 부적절한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와 파문이 일었다.

▷시민단체들은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사직당국의 적절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으나 양쪽 주장이 엇갈린 데다 선후 관계나 로비의 성사 여부 등을 따져봐야 뇌물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가를 노리고 접근하는 유혹에서 사랑을 느낀 만년의 장관을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도덕불감증이라고 해야 할지, 여하튼 시중에서 풍성한 화제를 낳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성적 향응은 물론 이성과의 섹스도 뇌물죄로 인정된다. 섹스 뇌물은 가방에 담긴 현금보다 ‘운반’은 쉽지만 훨씬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교도소에 들어가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가정으로부터도 배척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방송연예계 비리 수사가 성 상납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이다. 방송관계자들이 갓 데뷔한 신인을 캐스팅해주겠다는 조건으로 성 상납을 받았다는 제보를 검찰 수사팀이 확보했다는 소식이다. 연예계 뉴스를 전하는 신문들은 이니셜까지 거론하고 있으나 어디까지 사실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대스타가 되려는 신인들이 노골적으로 유혹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방송관계자가 먼저 연예인을 지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몸 로비를 해서라도 대스타로 뜨고 나면 방송국 관계자들과 연예인의 권력관계, 즉 ‘갑과 을’이 바뀌어 방송국에서 몸을 낮추어 출연을 요청해야 한다.

▷연예기획사들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정재계 고위층의 마담뚜 노릇을 했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연예계 수사가 자칫 정재계의 대규모 섹스스캔들로 번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에이즈예방 구호로 만들어진 ‘세이프 섹스(safe sex)’는 이런 경우에서도 그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볼 만하다. 성의 상납과 수수는 자칫 패가망신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위험한 섹스이다. 이번 사건은 연예권력자들에게 ‘세이프 섹스’의 교훈을 가르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추이가 주목된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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