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악마의 자식도 이미 용서받았다 ´영혼의 새벽´

  • 입력 2002년 8월 2일 17시 45분


◇영혼의 새벽1,2/최인호 지음/210-286쪽 1권 8000원, 2권 7000원 문학과 지성사

‘나는 그 악마에 의해서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않을 청춘이 파괴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악마는 아무 데도 파괴된 것이 없이 행복하게 보였습니다. 나는 그 악마에 의해서 평생 씻기지 않는 영혼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그 악마는 여전히 건강한 얼굴이었고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었습니다....도대체 어떻게 된 것입니까. 가롯 유다처럼 목매어 자살하여야할 악마의 자식에게 그리스도의 은총이 저와 같이 충만한 것은 도대체 어떻게 된 모순입니까. 그리스도의 진리가 이처럼 거짓된 것입니까’.

‘영혼의 새벽’에서 학생운동에 몸담았던 주인공 최성규는 과거 자신을 괴롭혔던 고문기술자를 다시 만나면서 분노와 증오심을 떨쳐내지 못한다.고문기술자가 자신이 새로 옮긴 성당의 사목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인간적인 고뇌에 빠진 것.

고문기술자를 만난 뒤 그는 자신과 함께 끔직한 고문을 받았던 장미정을 찾아간다. 이제는 수녀가 된 장미정은 괴로움에 휩싸인 그에게 책 한 권을 건네준다.최성규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게 붙잡혀 참혹한 고통을 겪은 실제인물 마리 마들렌 수녀의 수기를 읽으면서 시대와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 ‘용서’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친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독자들은 저자의 말처럼 ‘용서는 인간이 인간에게 베푸는 물물 교환의 개념이 아니라 인간은 이미 신으로부터 무조건 용서받은 존재임을 발견하는 길이야말로 진정한 용서임’을 깨우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분단 갈등과 이데올로기 갈등의 해법으로 기독교의 정신인 ‘사랑’과 ‘용서’를 제시해 형상화시킨 작품이다. 신과 인간이라는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작가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문장과 구성으로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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