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부인' 사조직 없애야

  • 입력 2002년 7월 31일 18시 55분


대통령부인 이희호 여사가 자선단체인 ‘사랑의 친구들’의 명예총재직을 맡아 활동해온 것이 순수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의심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대통령부인이 어떤 목적에서든 개인조직을 거느린다는 발상 자체는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선활동을 하는 기존 단체를 지원하는 형식이어야 했다.

장상 국무총리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이 단체가 새삼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꽤 많은 후원금 액수와 현 정부의 ‘인맥창구 역할’ 가능성 때문이었다. 이 단체의 모금액은 90억원이 넘었다. 일개 자선단체가 걷을 수 있는 후원금 규모로는 놀라울 정도다. 모금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이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궁금한 것이 많다. 사법기관은 법적 저촉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

권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기업과 개인이 이 단체의 활동에 참여하면서 대통령부인을 의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대통령부인이 사조직을 갖거나 단체에 이름을 내거는 것을 삼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단체 이사로 있었던 장상씨가 총리지명자로 발탁된 것을 비롯해 이 단체 출신 여러 명이 현 정부 요직에 중용됐다. 이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세간에 의혹을 만들어낸 것만으로도 대통령부인으로서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었다. 이처럼 부정적 여파를 남긴 이 단체는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

자선활동은 강제가 아닌, 자발적 참여로 이뤄질 때 가치가 있다. 이희호 여사의 자선활동도 신분을 감춘 채 연말 자선냄비에 거액을 10여년째 내놓고 있다는 어느 ‘이름 없는 천사’처럼 ‘왼손도 모르게’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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