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주지사는 ‘성희롱’ 사과하라

  • 입력 2002년 7월 30일 18시 55분


우근민(禹瑾敏) 제주지사는 올 초 자신을 성추행 혐의로 여성부에 신고한 한 여성단체 간부의 주장에 대해 일관되게 이를 부인해왔다. 또 남녀차별 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의 대상자로 규정된 ‘공공기관 종사자’에 ‘공공기관장’이 빠져 있으므로 여성부에서 이를 조사할 권리가 없다고도 했다. 더 나아가 우 지사는 피해 여성을 도우려 나선 여성단체에 대해 ‘현직 지사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해 음해사건을 왜곡 조작했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었다.

그러나 그동안 조사를 벌인 여성부는 29일 우 지사의 행위가 ‘성희롱’이라고 결정하고 성희롱자의 소속기관인 제주도에 손해배상 1000만원 및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물론 ‘최종 판결 전 무죄추정’의 정신이 지켜져야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권위 있는 정부 부처가 여권인 민주당 출신 기관장에게 내린 결정이라는 점에 주목해 객관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따라서 우 지사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후속 절차를 밟을 수는 있겠으나 그러기보다 여성부의 결정에 승복해 피해 여성과 관련 여성단체, 그리고 제주도 유권자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공인의 자세에 더 걸맞다고 본다.

여성부는 재발방지 대책수립도 결정했지만 남녀차별 없는 근무 환경 조성과 공무원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기관장이 성희롱의 주체인 경우 어떻게 그런 대책을 세울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우 지사가 정 억울하다면 성희롱 관련 상담창구를 설치하고 성희롱 가해자에게 실질적 불이익을 주는 등의 처벌대책을 스스로 마련해 제주도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차제에 유흥업소에서나 있을 법한 성적 농담, 술접대, 신체접촉 등의 성적 희롱을 공공 기관 내에서도 ‘어느 정도’ 묵인해온 고위공직자들의 왜곡된 성의식도 바뀌어야 마땅하다. 성희롱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근무 환경을 악화시킴으로써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일종의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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